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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에게 별 이득 없는 사료 해외생산 왜?

포항축협 러시아 조사료생산 논란

  • 입력 2015.03.22 00:00
  • 수정 2015.03.31 14:41
  • 기자명 김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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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농 사료비 부담 경감 명분… 러시아에서 생산, 직반입 구조

소독기 등 인프라 구축비조로 7년간 혈세 13억5000만원 지원

MB정부 해외자원개발 실패 축소판

 

 

경북도와 포항시가 러시아 조사료 생산ㆍ반입 사업에 14억원 가까운 보조금을 지원하고도 정작 축산농가에 돌아가는 혜택은 최대 4억4,000여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MB정부의 실패한 해외자원개발 축소판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소독기 등 각종 기자재에 대한 투자를 마쳤지만 잦은 비 등으로 3년째 수확을 포기하거나 현지에서 조사료를 썩히고 있어 사업추진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포항축협은 2008년부터 러시아에서 귀리 등 조사료를 생산, 국내로 직접 반입하는 사업에 착수, 2012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경북도와 포항시는 수확기와 소독기 등 장비구입에 모두 13억5,400만원을 보조했다. 조사료는 에너지 함량이 적고 섬유질이 많은 건초나 귀리 등을 말한다.

포항축협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항에서 240㎞ 가량 떨어진 한카군 인근에 500㏊의 농지를 확보하고 조사료를 생산, 2012년 6월 포항 영일만신항에서 박승호 당시 포항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건초 42톤 ‘양하식’을 대대적으로 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두 달 뒤 1,000톤의 조사료를 들여오기로 했지만 실제 반입량은 47톤에 불과했다. 비 때문에 제때 수확을 못한데다 베어 놓은 귀리마저 비에 맞아 대부분 썩었기 때문이다. 그 해 축협은 3억6,9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2013년에도 300㏊에 파종했지만 제초작업 실패와 비 때문에 680톤만 수확했고, 그나마 310톤은 운송비 때문에 러시아 현지에서 처리했다. 반입한 370톤도 140톤이 썩거나 반입 금지 종자가 섞여 있어 3,900만원을 들여 소각했다. 그 해 손실규모는 2억1,900만원에 달했다.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포항축협은 그 해 11월 영일만신항에서 박승호 포항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1,000만원의 경비를 들여 조사료 수입을 축하하는 대규모 행사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물류비절감을 위해 블라디보스톡항에서 110㎞ 거리의 우수리스크로 재배지를 옮겼지만, 이곳에는 건초 소독시설이 없었다. 당초 지난해 9월까지 완공키로 한 소독시설은 올 8월이나 돼야 준공할 것으로 보인다. 공기 지연으로 소독기 설치 비용은 5억원에서 8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생산한 조사료 985톤 중 반입한 물량은 57.5톤에 그쳤다.

문제는 올해부터 조사료 생산이 정상화하더라도 축산농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미미하다는 데 있다.

축협 등에 따르면 호주산을 주로 수입해 온 귀리 조사료의 농가 공급가는 1㎏당 460원. 포항축협은 러시아에서 직접 생산한 조사료를 축산농민들에게 380원에 공급하고 있다. 연간 800톤 가량의 조사료를 생산, 수확기 등의 내구연한인 7년간 정상적으로 공급한다 치더라도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총 4억4,800만원에 불과하다는 계산이다. 경북도와 포항시가 지원한 보조금 13억5,400만원의 33%에 지나지 않는다. MB정부 때 불어 닥친 해외자원개발 붐에다 물동량 확보로 골머리를 앓던 영일만신항 활성화를 위해 애초부터 무리한 사업에 혈세를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축산농민은 “이런 식으로 할 바에야 차라리 보조금을 축산농민들에게 다른 명목으로 지원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며 “해외자원개발이라는 명분으로 혈세 낭비 경쟁을 벌이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포항 축협도 지금까지 이 사업으로 입은 손실만 10억원 이상에 이른다. 축협 내부 일각에서는 지금이라도 접는 게 낫다는 말이 터져 나올 정도다.

한진욱 포항시의원은 “포항축협이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다는 말이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며 “혈세를 지원한 포항시와 경북도가 구체적인 보조금 사용내역과 성과 등에 대해 철저하게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외준 포항축협 조합장은 “지금까지 장비 구입과 소독시설 설치로 자금이 투입됐지만 앞으로는 비용이 들어갈 일이 없다”며 “국내 반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건 인정하지만 모두 시행착오로 소독시설만 완공되면 생산량 모두 들여올 수 있고 농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해명했다.

김정혜기자 k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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