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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사건으로 ‘사회적 맨붕’ 다시 생각하는 자녀 성교육

시민기자 논단

  • 입력 2020.07.22 00:00
  • 수정 2020.11.13 14:14
  • 기자명 이호숙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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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번방 사건을 통해 드러난 한국 사회 일부의 성윤리와 인권의식은 성년 미성년을 가릴 것 없이 참담한 수준이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사진 위)과 서울 종로경찰서 앞 등에서 N번방 개설자와 운영자, 공범 등에 대한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일반 시민들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일보 DB사진

N번방 사건을 접하며 많은 부모들은 걱정이 앞섰다.

대체 우리 아이들의 성교육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하여야 할까? 유치원에서부터 성교육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청소년들의 성범죄 소식은 줄어들지 않고 더 끔찍한 소식들만 들리는지 내 아이에겐 도대체 어떤 교육을 하여야 올바른 성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게 할 수 있을까? 아이에게 성과 관련하여 물어보며 다 안다고 하는데 무엇을 다 알고 있다는 건지, 도대체 어떤 생각과 태도로 성을 이해하고 있는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랜 기간 청소년들과 그 부모들을 만나면서 지금의 문제를 점검해 보면 부모들부터 먼저 제대로 된 성가치관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부모들 또한 이 이야기를 누구랑 하여야 할지,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여 아이들의 컴퓨터 사용시간은 늘어만 가는데 내 아이는 음란물을 보지는 않는지 걱정이 많다.

특히 호기심 많은 초등학생의 성교육은 어느 연령대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초등학생과 갈팡 질팡 중등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눈높이에 초점을 맞추어 짧게나마 현장의 사례를 통하여 대처법과 접근방법에 대하여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초등학생들에게는 어떤 유형의 성관련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지부터 살펴보자. 얼마 전 초등학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녀의 성관련 문제에 대하여 상담을 받 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사안은 친척들과 함께 1박을 하면서 아이들이 남녀가 함께 자게 되었고 5학년 아이가 잠자리에 누워 친척 여동생 7살 아이의 성기를 만지고 보게 된 일이 있었으며, 이후 여자아이가 엄마에게 이 사실을 말하면서 발단이 되었다. 엄마는 아이의 상담을 원했지만 정작 상담자는 엄마의 교육관이 더 궁금하였지만 본인은 공부를 하였다며 아이만 상담을 원했다.

이런 일은 전부터 심심찮게 일어나곤 했는데 비슷한 다른 사안에서는 자매끼리 서로 해서는 안 되는 심한 말들을 하면서 원수가 된 경우도 있었지만, 이번의 사안에서는 어른들끼리는 겨우 뒷수습이 되었으며 남자아이의 엄마는 너무 속상했다며 눈물을 글썽이신다.

▲ N번방 최초 개설자인 닉네임 '갓갓' 문형욱, 운영자 닉네임 '박사' 조주빈, 공범 안승진, 공범 닉네임 '부따' 강훈, 공범 닉네임 '이기야' 이원호.(왼쪽부터)

 

 

아이는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을 학교서도 받았을 텐데 왜 그랬을까? 귀여운 동생이어서 오빠가 평소 동생을 좋아하니까 그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성폭력을 할 생각이 없었으니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다. 단지 “오빠가 궁금하 니 좀 보여줄래?”라고 했고 동생은 수줍어하면서도 오빠의 부탁이니 거절도 못 하고 순식간에 일이 벌어진 것이다. 5학년 치고는 다소 왜소한 체격이었지만 이 미 이차성징으로 몽정의 경험이 있었고 4학년 때부터 이미 음란물 시청으로 성행위를 하는 영상들을 수차례 봐왔으며 주변 친구들도 보고 있다고 하며 자신은 많이 보는 편이 아니라고 한다. 이유는 단지 실제로 어떠한지 호기심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자아이의 입장은 헤아리지 못한 채. 지금 다 알려진 심정이 어떤가 물 었더니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하였다.

“네가 궁금한 것이 있었구나”라고 하면서 여성과 남성의 생식기 구조도 서로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였고 ‘이차 성징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 자란 것은 아니지만 이제 정자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지는 알고 있니?’ 등을 물어보자 생각보다 잘 모른다고 한다.

생식기 모형을 가지고 ‘성숙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것이 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지면 아이도 부모도 행복한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라는 내용으로 궁금함을 풀어가니 점점 표정이 밝아진다. “ 궁금한 것은 없니?”라고 물어보자 활짝 웃으며 궁금한 게 다 풀렸다고 얘기한다.

부모들이 자녀로부터 성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을 때 왠지 쑥스럽고 어떻게 얘기를 하여야 할지 모른 채 얼버무리며 어색하게 대하면 아이들은 ‘이런 질문은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으로 인터넷을 통하여 호기심을 풀려고 하는 데서 잘못된 영상과 함께 왜곡된 성 가치관을 가지게 된다.

가장 호기심이 많은 초등학교 때 궁금한 점을 해결하고 스스럼없이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생물학적 성의 궁금함이 해결되었을 때 그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성에 대한 욕구를 인터넷에서 충족하면서, 성 상품화가 넘치는 미디어 속에서 또래들은 어떠한 성가치관을 정립해야 할 것인가? 어른들의 돈벌이에 놀아나면서 나쁜 것인 줄도 모른 채, 처벌을 받지 않는 방법을 찾으려고 꼼수를 부리면서 점점 죄의식이 둔감해져 간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신체적 정서적 심리적으로 전환기를 맞으면서 어른들과의 소통은 점점 벽에 부딪히고 공부만 강요받으면서 방황과 갈등, 세대 간의 단절의 골은 깊어만 가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숨 막히는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은밀하게 조용하게 풀어내면서 N번방의 유혹에 젖어 드는 것은 아닐까?  N번방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많은 숫자가 10대 20대 라면 우리의 미래는 도대체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다.

아이들에게 성폭력과 관련한 교육을 하면 ‘왜 기성세대들의 잘못을 우리에게 전가하는가?’ ‘왜 우리를 잠재적 가해자로 몰아가는가’라는 저항에 부딪힌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남자는 다 늑대야, 아빠 빼고는” “옷도 조신하게 입고 늦은 밤 다니지 말고”라는 말을 듣고 그러다가 성폭력이라도 당하게 되면 “여자가 좋아 했으니 따라간 거 아니야” “꽃뱀 아닌가?” 라는 말을 듣게 되고, 그렇지 않고 상대를 의심하면 “왜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하느냐?”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부장제의 잔재가 아직도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현실에서 해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어려서부터 우선 나부터 나쁜 남자가 아니란 것을 보여주며 그런 상황에 처하였을 때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모습이 주변에 영향을 미쳐 친구들도 덩달아 신뢰 받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함께 신뢰하고 신뢰받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난 나쁜 남자가 아니다”는 것을 나 자신과 주변에 확신시킬 수 있을 때 N번방의 재발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확신 심어 주기는 개인적 윤리의 차원을 넘어 시민적 의무가 되어야 한다. 돈벌이를 위해 청소년들도 마다않고 끌어들이는 꼼수에 빠지지 않도록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어른들도 ‘크면 당연하게 알아가는 것이 성’이 아닌 ‘어떻게 하여야 아름다운 성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함께 궁금함을 얘기 하고 자연스러운 성이 될 때 그것이 아름다운 성문화의 토대를 만들어 가는 시민의 의무를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이호숙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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