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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하천 살리기 나선 '국민시인' 안도현

  • 입력 2020.07.24 00:00
  • 수정 2020.09.15 17:12
  • 기자명 김정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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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

안도현(59) 시인이 고향 경북 예천에서 상류 지역 댐 건설로 신음하는 내성천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내성천은 경북 봉화군에서 발원, 영주와 예천을 거쳐 문경에서 낙동강과 합류하는 하천이다.

안도현 시인은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로 시작하는 시 ‘너에게 묻는다’로 널리 알려진 ‘국민시인.’ 100만부 이상 팔린,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의 저자이기도 하다. 2013년엔 '박근혜 정부의 민주주의 유린'을 이유로 절필했다.

그는 지난 2월 전북 전주에서 경북 예천으로 귀향했다. 고향을 떠난 지 40년 만이다. 원래 고향 집이 있던 예천군 호명면 학가산 기슭 황지리 강촌(江村)에 새집을 짓고 정착했다. 그는 “대학(원광대) 진학과 함께 고향을 떠나 졸업 후 그곳에 정착해 작품활동을 해 왔다”며 “지난해 우석대에서 단국대로 직장을 옮기면서 전주에 계속 머물 필요가 없어졌고, 안동에 계시는 어머님과 가까이하고 싶어 귀향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지난 1학기는 온라인 강의를 했다. 2학기 대면 수업이 시작하면 강의 있는 날만 서울에 가고 나머지는 고향에서 내성천 살리기 활동에 힘 쏟을 계획이다.

그는 귀향과 함께 예천 알리기를 시작했다. 예천의 자연과 문화, 역사를 알리는 ‘예천산천’을 발행했다. 봄, 가을 두 번 발행할 계획이다. 조현설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발행인, 권오휘 대창고 교사 등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한다. 지난 4월 창간호는 내성천 특집으로 꾸몄다. 가을호에선 1894년 예천 부근에서 일었던 갑오동학운동을 담을 생각이다. 그는 자신의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에서 이미 근대의 시발점이 된 동학을 눈여겨봤다.

안 시인은 오는 24, 25일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이자 우리나라 전통마을로 유명한 예천 금당실 마을에서 열리는 야간축제 ‘금당야행’에서 인문학 콘서트를 진행한다. "예천을 모르는 이가 너무 많아 안타깝다"는 그는 내년 봄에 전국 시인과 함께하는 ‘예천시회’를 열 계획이다. 지역 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시 워크숍도 구상 중이다. 그는 "예천은 개발과 거리가 먼 벽지이다 보니 자연이 잘 보존돼 있고 사람들도 정이 많다"며 "이런 장점을 잘 살려 예천이 각광받을 날이 오길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8년 만에 시집도 낸다. 그동안 그는 동시집 3권, 동화 10여권, 수필집5권, 그림책 10여권을 냈다. 내달에 나올 시집은 11번째 시집이다. 2013년 절필 후 쓴 작품이 많지 않다 보니 오래 걸렸다.

그의 귀향은 복잡한 도시를 떠나 산촌에서 안빈낙도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하향(下鄕)이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를 생산하는 상향(上鄕)을 꿈꾸고 있다. 시심(詩心)의 8할은 내성천에 있다. 내성천 사랑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릴 때 안동으로 이사해 살았는데, 방학이면 황지리 큰집에 와서 살다시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유일한 은빛 모래 강 내성천은 영주댐 건설로 시들고 있다. 내성천을 살리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는 삶을 살고 싶다.”

예천= 김정모 기자 gj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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