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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대형여객선, “화물겸용” 이견… 건조 차질 우려

경북도, 주민 요구에 협약 미뤄…발주 지연ㆍ운항 차질 예상

  • 입력 2020.04.23 00:00
  • 수정 2020.05.11 11:38
  • 기자명 김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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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선령 25년이 돼 퇴역한 대형여객선 썬플라워호가 경북 포항∼울릉 항로를 운항할 때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2022년 취항을 목표로 추진 중인 경북 울릉-포항간 대형 여객전용선 건조사업이 화물겸용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기존의 대형여객선은 지난 2월 선령이 다 돼 운항을 중단한 마당에 사업주체간 이견이 조기에 해소되지 않으면 목표한 2022년 취항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울릉군 등은 1995년 취항한 2,394톤급(승선인원 920명) 썬플라워호가 선령 25년이 다 돼 운항을 중단하게 되자 새로운 대형여객선 취항을 위해 ㈜대저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공동협약(MOU)을 체결했다.

이어 경북도와 울릉군 등은 지난달 30일 대저건설과 실시협약 체결을 계획했지만 급제동이 걸렸다. 울릉군비상대책위원회가 여객전용인 대형여객선을 자동차와 화물도 적재할 수 있는 카페리로 변경을 요구했고, 울릉출신의 남진복 경북도의원이 동조하면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서명을 미뤘기 때문이다.

남 의원은 “산채나물이나 수산물 등 울릉지역 특산품을 신선한 상태로 육지로 빨리 보내려면 여객전용선이 아닌 차량과 화물을 싣는 카페리가 다녀야 한다”며 “여객선 공모를 다시 하더라도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배를 띄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울릉군과 대저건설은 썬플라워호 취항 당시와 사정이 달라 여객전용선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5,000톤급 이상 대형 화물선 2척이 포항-울릉 항로에 취항 중인 것을 이유로 들었다. 여기에다 카페리는 선령이 25년인 반면 여객전용선은 30년으로 한번 취항하면 어 오래 운항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울릉 주민들은 울릉비대위를 중심으로 지난 2월 포항-울릉간에 운항해 온 썬플라워호가 퇴역하자 여객전용선으로 개조해 5년 더 운항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해양수산부 등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병수 울릉군수는 “화물겸용 여객선으로 재추진하면 경북도와 울릉군의 행정 신뢰가 무너지고 법적 다툼도 벌어질 수 있다”며 “신선화물 수송은 기존 화물선사 등과 적극 협의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견이 조기에 봉합되지 않으면 취항이 미뤄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대저건설은 당초 실시협약 체결 후 932명이 탈 수 있는 2,125톤 쾌속선(최고속력 41노트ㆍ시속 약 76㎞)의 여객전용선을 발주할 계획이었다. 건조까지는 약 20개월 걸린다.

울릉 지역 주민들은 이미 대형여객선인 썬플라워호 퇴역으로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울릉비대위는 썬플라워호가 빠진 자리에 엘도라도호(668톤ㆍ정원 414명)가 대체선으로 투입된다는 소식에 “기상 악화 때 결항이 잦고 속도가 느리다”며 반발했다.

이에 경북도 관계자는 “화물겸용이든 여객전용선이든 울릉군민이 원하는 선박이 운항해야 한다”며 “주민들간 큰 갈등 없이 원만하게 협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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