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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구경북이 살린 통합당, 위기의 대구ㆍ경북 구원투수일까

  • 입력 2020.04.21 00:00
  • 기자명 김정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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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모 기자

4ㆍ15 총선 이후 전국에서 김부겸(대구) 김영춘(부산)의 낙선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군포와 서울에서 인정 받은 전도유망한 정치인이었지만 대구와 부산이라는 험지 출마를 강행했다 끝내 낙마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대구경북 25개 선거구 중 미래통합당 24석, 무소속 1석이다. 무소속 홍준표 당선인도 결국 통합당이다. 통합당 싹쓸이나 마찬가지다. 호남에서도 28석 중 미래통합당은 1석도 건지지 못했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일부 정치세력들이 조장한 ‘지역주의’ 망령의 결과다.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정치학 박사 출신인 설한 경남대 교수는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협과 합의의 정치다. 여당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해도 야당의 의견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협력 정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정당을 포함해 개헌 빼곤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180석 이상을 확보했다. 통합당은 무소속까지 다 합쳐도 기껏 110석이다. 정권심판 보다는 야당심판 경향이 더 강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후보가 밉고 부족해도 대안 없는 통합당을 찍을 수는 없었다는 여론이 많았다. 탄핵을 당해고도 ‘미래’는커녕 ‘오늘’에 대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당명만 바꿔 총선에 임한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경북에선 통합당이 싹쓸이했다. 묻지마 투표 때문이다. 여권인사의 ‘대구봉쇄론’ 등에 자극 받은 민심이 통합당으로 결집했다. 통합당의 위기는 보수의 위기라고 느낀 유권자들은 후보 이름도 잘 모른 채 2번을 찍기 일쑤였다.

이는 우선 정치적 다양성을 훼손해 건전한 정치생태계 조성에 결정적 장애를 초래한다. 견제와 균형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대구ㆍ경북의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게 뼈아프다.

대구는 1992년부터 2018년까지 27년째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꼴찌다. 섬유산업이 기운 뒤 자동차부품 등으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이렇다 할 미래 먹거리 산업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열악한 정치경제적 상황에서 집권여당 의원의 부재는 아쉬움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의원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경예산을 가장 먼저 제안했고, 정부안 보다 1조400억원이나 증액했으며, 대구동산병원의 감염병전담병원 지정으로 의료붕괴를 막는 데 음으로 양으로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지난 4년간 단체장이 통합당인 대구시, 경북도 고위관계자들도 지역 집권여당의원실 문을 두드렸다는 것도.

앞으로 예산배분 에서 대구ㆍ경북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도 있다. 인사에도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전북에서 한나라당 정운천을, 박근혜 정부에선 전남이 새누리당 이정현을 각각 당선시켰다는 사실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25대 0의 선택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고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건전한 정치생태계 조성이라는 명분과 지역발전이라는 실리를 찾는 지혜가 절실하다.

김정모 기자 gj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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