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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쳐 나와 구조 기다릴 것…” 울릉도 못 떠나는 두 아버지

  • 입력 2019.11.04 00:00
  • 기자명 김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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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신랑’ 부친ㆍ장인 사돈끼리 남아 무사 귀환 염원 “중1때 스쿠버 자격증… 탈출했을 것” 기대 
 

 

독도 헬기사고로 실종한 아들, 사위를 기다리는 두 아버지가 묵고 있은 울릉도의 한 펜션 외부는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울릉=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우리 애가 헤엄을 얼마나 잘 치는데… 분명 헤엄쳐 나와 독도 인근 어디인가에 있을 섬에서 구조를 기다릴겁니다.”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 실종자를 찾기 위해 왔던 가족 대부분이 육지로 다시 나간 4일 오전 울릉도. 29명의 실종자 가족 중 2명만 남았다. 실종된 구조대원 배모(31)씨의 부친과 장인이다.

사돈지간인 두 아버지와 양가 가족 등 6명은 추락 헬기에 배씨가 타고 있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놀라 지난 1일 울릉도를 밟았다. 남편이요 아들이며 사위인 배씨의 구조소식을 기다리던 가족들은 3일 오후 육지행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수습한 시신을 대구로 운구하고, 헬기 인양 후 기상악화로 수색이 일시 중단됐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다. 하지만 두 아버지는 남았다. 아들의, 사위의 수영실력을 믿기 때문이다. 어떻든지 탈출해 어디선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배씨의 장인은 “다른 가족들은 떠났지만 그래도 혹시 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을까 싶어 남았다”고 말했다.

가족과 동료들에 따르면 배씨는 ‘물개’다. 초등 3년때부터 수영을 배웠다. 중 1때 스킨스쿠버 자격증도 땄다. 물에 빠진 사람을 살리고 싶다고 해군에 입대, 해난구조대(SSU)를 자원했다. 세월호 참사때도, 헝가리 참사때도 구조현장에 있었다. 천안함 폭침때는 고 한주호 준위와 함께 잠수하기도 했다.

배씨는 지금 아내와 7, 8년정도 사귀다 지난 8월에 식을 올렸다. 전역 후 소방에 몸을 담은 지는 6년 정도다. 동료들은 “배씨는 항공기 사고 탈출교육을 담당할 만큼 능력이 뛰어나다”며 “탈출하려 했으면 얼마든지 했을 것이지만 아마 함께 탈출하려다 못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아버님 말처럼 어딘가에서 구조를 기다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은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니 혹시 탈출했다면 독도나 주변 섬에 있을 것”이라며 울릉군 등에 수색을 부탁하고 육지행 배를 탔다. 그날 아침 현장에서 수습된 시신 중에 소방마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실신, 응급실로 실려갔다.

두 아버지는 사고 5일째인 4일에도 울릉도에 남아 있다. 하지만 처참하게 부서진 채 인양된 동체를 보곤 숙소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다. 그 만큼 충격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배씨 부친은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힘들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너무 안타깝다”며 “좋은 소식을 기다리며 울릉도에 있는 동안 성심성의껏 돕겠다” 말했다.

울릉=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대구=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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