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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두려운 사회

시민기자가 여는 세상

  • 입력 2019.07.03 00:00
  • 수정 2020.11.11 14:37
  • 기자명 권연숙 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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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름이 진하게 행복을 주는 6월! 전해지는 뉴스는 잔인하기 짝이 없다. 제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 여인이 구속되었고 광주 직업전문학교 학생들이 장난감 다루듯 친구를 집단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기분이 씁쓸하다 못해 분노가 치민다. 언제부터인가 사람의 목숨을 경시하는 사회에 살고 있음이 몹시 두렵다. 이번 사건도 언제나 그랬듯이 ‘참, 안타깝다’, ‘에구 세상에 불쌍해라’ 등 등 동정어린 말로 회자되다 곧 우리의 망각곡선 속으로 잊힐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에세이에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원시인(primitive mam)은 더 나은 삶(higher life)을 살기 위해 사회를 만들었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은 것은 아마 창조주가 우리 인간에게 부여한 축복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언론에 연일 보도되는 사건과 사고들을 보라!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축복이 아니라 아픔이고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고 있다. 홀로 즐기는 등산 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반가워 인사 나누며 물 한 잔 나누어 먹는 모습이야 말로 인간과 인간과의 만남이 주는 행복한 삶의 풍경이 아닐까?

매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산을 찾는 등산마니아인 내 친구가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당뇨를 치료하기 위한 선택으로 십년 산행을 한 친구가 말한다. “이제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두렵고 무서워 산행을 포기한다”고 한다. 산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사람이 두려워서라고 한다. 학교현장도 마찬가지다. 차조심, 길조심에 이어 사람조심이 생활지도의 한 영역이 되었다. 낯선 사람 심지어는 이웃 사람도 나를 해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우리는 가르치고 아이들은 배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불신 이라는 단어를 어쩔 수 없이 가르치고 배우는 이 현실이 얼마나 아프고 서글픈 현실인가?

인명을 경시하는 범죄자들은 어릴 때 양육자로부터 공감 받지 못한 환경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지 못한 채 자란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감은 우리 뇌 속의 감정이입세포에서 시작된다. 1996년 이탈리아의 신경심리학자인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원숭이가 접시의 과자를 집을 때 나타나는 뇌 뉴런의 활성화 모습과 다른 원숭이나 사람이 접시의 과자를 집는 행동을 보기 만 해도 뇌 뉴런 활동 모습이 동일한 것으로 나타나는 결과를 발견했다. 타고난 우리 뇌 속의 감정이입 세포 때문에 우리는 드라마 속 주인공의 북받치는 울음을 보고 눈물 짓고, 친구의 아픈 사연에 마음을 졸이기도 하며 쾌거를 이룬 2019 U-20 월드컵축구경기를 보면서 내가 뛰는 것처럼 흥분하기도 한다.

정서와 정서의 공유인 공감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사회의 한 존재로 성장한다. 그러므로 어릴 때부터 자신의 느낌이 소중하고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경험을 충분히 느끼며 자라도록 가정교육을 해야 공감형 인간으로 자랄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이 공감받은 만큼 타인을 공감하는 능력을 가진다. 지금의 끔찍한 살인사건, 갑질문화, 집단폭행 등이 일어날 수 있는 토양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어떤 유대관계도 메말라버린 공감능력의 사막화이다.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는 사회를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가? 우리 안에 잠자는 공감능력을 깨우자. 그래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자. 이게 어디 이런 말만으로, 구호만으로 될 일인가. 공감과 연민의 감정을 일깨우는 시민운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음으로, 미소로, 눈맞춤으로 내가 먼저 공감하자. 내가 먼저 공감을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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