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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우물

차 한잔 책 한 모금

  • 입력 2019.07.21 00:00
  • 수정 2020.11.12 11:08
  • 기자명 김지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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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치료사란 직업이 있지만 웃음에 필요한 건 치료사가 아니다. 여유다. 병으로 깊어진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무표정을 병이라고 한다면 온 세상이 병원일 것이다. 미카엘 위라스가 쓴 ‘이 책 두 챕터 읽고 내일 다시 오세요’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웃으려면 마음의 여유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 광대뼈 근처의 근육을 쓰기 위해서는 ‘연료’가 필요하다. <194쪽>

여유의 선물은 웃음뿐만이 아니다. 생각다운 생각에 잠길 기회를 열어준다. 독서하고 사색하는 시간은 여유 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사색에서 중요한 것은 먼저 살아본 사람들의 앞선 생각들을 참고하거나 전혀 새로운 사실과 측면을 보려고 애쓰는 태도다. 생각은 신선한 부분이 없으면 편견과 고집으로 전락한다. ‘이 책 두 챕터 읽고 내일 다시 오세요’에서도 나의 생각을 뒤 집은 명문장을 만났다.

문학이란, 바닥이 깊은 우물과도 같다. 사람을 못살게 굴지 않는 따뜻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우물이다. 그 안에는 우리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줄 수 있는 보물들이 들어 있다. 책은 나에게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지 않도록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196쪽>

이제껏 우물은 세상과 격리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물을 향한 시선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게 있지 않은가. 대개 ‘우물 안에서 바라본 하늘은 그저 우물 크기에 불과하다’는 말로 우물을 폄훼한다.

그러나 이 책은 우물 안을 ‘보물로 가득 한 곳’, ‘아늑한 곳’, ‘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게 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래, 우물은 훌륭한 보물창고다. 우리는 각자의 우물을 가지고 살아간다. 개성적인 우물을 여러 개 파서 그 안에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고이도록 한다면 인생은 훨씬 더 다채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한 번씩 깊은 대화나 관찰, 독서를 통해 타인의 우물 뚜껑을 열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책의 저자처럼 독서치료사는 아니지만 나에게 도서관에서 ‘우물’을 하나씩 가져다주는 이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나름의 보물이 담긴 크고 작은 ‘우물’을 전할 수 있다. - 도서관이 멀다지만 달 뒤에 있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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