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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승렬의 생활동의보감

세계보건기구(WHO)가 분석한 한국의 전통의학

  • 입력 2019.06.17 00:00
  • 수정 2020.11.10 10:36
  • 기자명 이승렬 편한세상한의원 대구 본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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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한의학을 전근대적이고 비과학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한약 및 한방치료의 효능에 대해 플라시보(가짜약) 효과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며 심지어는 한의사를 마치 주술사나 무당쯤으로 여기면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이와는 달리 이웃 일본만 해도 약 30여만 명에 달하는 의사들 중 약 83%가 한방 약을 적극 처방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현재 149개에 달하는 국가의료보험 한방약이 동경대의대 부속병원을 비롯 해 일본전역의 대학병원 한방과와 의원들에서 의사들에 의해 활발하게 처방되고 있다.

세계의학계를 관장하는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의 입장은 어떨까?

WHO에서 발표한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Could Make "Health for One True>란 논문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제목을 구글에 입력하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내용 중 중국전통의학(TCM)은 단순히 중의학뿐만 아니라 한의학을 비롯한 동양전통의학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라는 것을 예전에도 필자가 언급한 바 있다.

이 WHO 논문에는 전통의학에 대한 SWAT분석이 잘 나타나 있다. 즉 전통의학을 Strengths(기회)와 Weakness(위협)의 관점에서 강점과 약점을 비교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의학의 강점은 부작용이 거의 없고, 전반적인 접근법을 사용한다는 점이 다. 즉, 직접 치료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이나 그 외에도 다양한 치료법을 사용한 다는 것이다. 또한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해당 지역에서 치료제의 수급이 가능하다. 적절한 기술의 형태 또한 강점이다. 약재간의 배합과 같이 의료기술로서의 적절한 학문적 토대가 인정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입증된 효과와 적은 독성 등의 여섯 가지 항목이 강점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와 반대로 전통의학의 약점으로는 표준화되어있지 않고(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서는 식약처에 등록된 한약제제는 GMP시설에 맞추어 생산되고 있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현대적 방법으로서의 연구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환자 수에 비해 매우 부족한 약재 공급도 약점이다.

이를 근거로 WHO의 논문에서는 전통의학을 만성적인 퇴행성질환, 심인성 신체적 질환, 고령의 환자, 통증 치료에 좋은 적용사례로 언급하기도 한다.

반면 전통의학의 한계도 분석하고 있는데 응급상황에 부적합하다, 진단에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생명을 다투는 응급적인 상황에서의 치료에는 부적합하고 현대의학에서 질병을 진단할 시 한의학의 방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고 있다.

내용 중 다음과 같은 구절이 명기되어 있는데, 이 내용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편견과 의학 비과학논쟁이 어디에서 초래되었는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위 요약본은 현대에서도 전통의학이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가치들은 여전히 약점과 한계가 혼재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과학적 연구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현대의학은 과거의 지식을 기반으로 최신에 나온 의술인데 당연히 훌륭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서양의학도 결코 완벽하지는 않다. 인류가 그렇게 발달된 현대의학으로도 잘 낫지 않는 여러 가지 만성질환에 신음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현대의술로 완벽하지 않은 부분을 한의학으로 보완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인류에게 큰 가치가 있는 학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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