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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다시 볼 수 없는 그 시절 의성흑백의 추억은 심도가 깊다
김윤곤기자  a@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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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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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이다. 길어서 이제는 다 읽을 수도 없는 목록이다. 찾 아가지도 돌아보지도 않는 분실물함 속 낡은 지갑. 그런 고향의 풍물과 문화유산, 행 사, 일상을 중년의 사진작가가 일일이 찾아갔다. 다 적을 수 없는 긴 얘기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귀한 풍경들. 그의 고향 의성을 오롯이 담은 박물지, 생 활사가 됐다.

김재도(83) 의성 탑리버스정류장 대표가 여섯 번째 사진전 ‘내 고향 의성’을 열고 있 다. 지난해 탑리버스정류장 자그만 대합실에 복합 공간으로 문을 연 ‘해암 김재도갤러 리 & 사진문고’의 두 번째 전시회다. 그가 1999~2001년 의성 구석구석을 누비며 찍은 사진 130여 점 가운데 60여 점을 골라 선보인다. 그는 버스정류장을 운영하며 취미로 사진에 입문해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1990년대 풍경·일상 담은 60여 점

이번 전시를 위해 옛 35mm 필름들을 스캔하여 어렵사리 흑백으로 재인화했다. 흑 백사진의 맛이 잘 살아났다. 흑백사진은 추억의 심도가 깊다. 사진마다 아련한 이야기 가 걸어 나오고 어둑한 기억에 불을 밝힌다. 허리 굽혀 이랑을 일구고 오종종 마늘씨를 놓아가는 노부부의 사진은 밀레의 ‘만종’을 연상시킨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손 모내기 사진이 정겹다. 모를 찌고 모를 심고 가을에 낫으로 베어내는 장면들이 다 담겼다. 높은 사다리에 올라가 사과를 따서는 수북한 사과더미 앞에서 선별하는 작업도 눈에 익다. 안평면 금곡리 뉘실의 긴 고추밭 이랑들은 촘촘 히 그린 등고선이거나 추상회화, 설치미술 같다. 300여 년 전 영조 임금이 가음면 순 호리에 하사한 상여 수공예품은 품위와 정교함에서 눈길을 끈다. 마을 입구 상엿집에 서 찍은 사진이다.

목화(면화) 사진과 솜틀공장 사진은 지난 시절 금성면이 중요한 목화 재배지였다는 것을 알려준다. 문익점의 손자 문승호가 의성현령으로 오면서 산청에서 가져온 목화 씨를 처음 심은 것이 유래다. 나일론이 들어오기 전까지 탑리시장은 전국적으로 유명 한 목화솜·이불 시장이었다. 금성면에는 목화 첫 재배를 기리는 ‘면작유전포기념비’ 가 서있다.

손모내기, 마늘밭고랑, 목화꽃 등 아련

의성읍내 전경을 찍은 와이드 사진은 유일한 컬러다. 지난해 8월 김재도갤러리 개 관 기념전으로 독도사진전을 열었던 김 대표는 이번 전시회에 이어 연중무휴 기획 전 시회를 구상하고 있다.

“평생 찍어온 사진들이 많습니다. 버스정류장 갤러리에 오시는 분들께 저의 남은 평 생 동안 보여드리고도 남을 정도는 됩니다. 의성 읍내고 들판, 산골이고 안 가본 데가 없습니다. 부지런히 다녔습니다만, 많은 것들이 사라진 지금 생각하면 좀 더 부지런히 다닐 걸 하는 아쉬움도 큽니다. 다시 볼 수 없는 고향의 의성의 풍경이자 추억입니다. 많이들 와서 봐주시면 보람이겠습니다.”

고향이 있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 고향 버스정류장에 일년 내내 고향을 추억할 흑백사진이 걸렸다면 더욱 행복할 것이다. 잊힌 듯 잊지 못할 추 억들이 고향 언저리에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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