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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 아시아 첫 지열발전” 떠들썩했지만 결국…

  • 입력 2019.03.21 00:00
  • 기자명 김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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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활발한 지각활동 지형 조건으로 낙점
섬 전기 87% 지열발전 계획된 울릉 백지화

포항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설치돼 있는 정부 지열발전 프로젝트 현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북 포항지진을 촉발한 포항지열발전 프로젝트는 2012년 9월 25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 329에 첫 삽을 뜨며 본격 추진됐다. 옛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땅속 열을 이용한 지열발전을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적극 지원하며 진행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 등은 지열발전 착공 당시만 해도 아시아 비화산지대에 처음으로 지열발전소가 건설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지열발전 프로젝트 전담기관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주관기관은 자원개발 탐사 전문업체인 ㈜넥스지오였다. 또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기술연구원, 포스코, ㈜이노지오테크놀로지, 서울대가 기술 개발에 참여했다.

당시 포항은 특이한 지반 조건 때문에 지열발전 적지로 선정됐다. 포항을 제외한 국내 지역은 지하 온도가 1㎞당 평균 25도씩 올라가지만, 포항은 35도씩 올라간다. 아직도 지각이 활발히 활동을 벌이는 신생대 지층 위에 있기 때문이다. 지열발전이 있는 북구 흥해읍 일대는 온천이 많다. 지난 2006년에는 흥해의 한 가정집에서 천연가스가 발견되기도 했다.

포항 지열발전 프로젝트는 지하 5㎞ 깊이까지 구멍을 뚫은 뒤 물을 주입, 땅 속 열을 받아 나오는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은 뒤 인근 1,000여가구에 공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발전소 건설보다 자원 탐사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국가 연구개발사업에 가까웠다. 실제 주관기관 넥스지오는 지열발전에 투입한 장비는 물론 인력까지 중국 업체에 의존했다. 서울대와 포스코 등이 참여한 것도 향후 개발된 기술을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포항 지열발전 현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내 한 지질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석유가 나지 않는 등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탐사 기술력이 떨어지는 편이다”며 “중국은 석유 등 자원이 풍부해 시추 기술 등이 우리보다 월등히 뛰어나 넥스지오도 중국 회사에 많은 의존을 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넥스지오는 지금까지 부지 매입과 시설물 건축, 장비, 인력 등에 200억원 이상 투입했고, 지열발전소 완공 후 발생하는 이익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포항 지열발전 현장이 있는 북구 흥해읍 329 부지면적 1만3,500㎡와 건축면적 약 450㎡의 건물까지 모두 넥스지오 소유다.

포항지열발전은 당초 2015년 완공될 계획이었으나 중국에서 수입하는 장비를 제때 받지 못하는 등 차질을 빚어 이후 준공 시점이 계속 연기됐다. 또 넥스지오는 2017년 11월 포항지진이 일어나기 전 같은 해 여러 차례 지열발전 부지가 압류 되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넥스지오는 지난 해 10월 법원에 회생인가를 받고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중이었으나 이날 정부조사연구단 발표로 사실상 재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포항지진 이후 산업통상자원부가 넥스지오와 울릉도에 추진하려 한 지열발전 사업도 전면 중단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경북도와 울릉도를 에너지자립섬으로 만들기로 하고 2025년까지 포항지열발전의 10배 규모인 12㎿급 지열발전소를 완공할 계획이었다. 이밖에 광주시는 2014년 1월 구글과 미국 에너지부가 투자한 미국의 알타락에너지(Altarock)사와 함께 지열발전소 건설을 골자로 한 투자협약을 체결했으나 광주가 열원지역이 아닌데다, 사업성도 없다고 판단, 2015년 사업을 포기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울릉 지열발전은 에너지 자립섬 사업 계획상 전체 발전량의 87%를 차지했으나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으로 촉발됐다는 결과가 나와 백지화됐다”며 “정부연구단 발표가 있기 전부터 지열발전 논란으로 여론이 나빠지고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해 사업 중단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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