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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이 나도 뛰어들 겁니다”…대구 사우나 화재 ‘의인’ 이재만씨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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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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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발생한 대구 도심 사우나 화재에서 주민들을 대피 시키고 본인이 제일 마지막에 탈출하는 등 앞장 서 구조활동에 나선 이재만씨가 화재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다시 불이 나도 사람들을 구하러 뛰어들 겁니다”

지난달 19일 87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 중구 도심 사우나 화재에 숨겨진 의인이 뒤늦게 알려졌다. 불이 난 건물 5층에 사는 주민 이재만(66)씨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이씨가 사우나 안 손님을 먼저 대피시키고 본인이 제일 마지막에 탈출하는 등 더 많은 인명피해를 막은 공로로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이씨는 불이 난 목욕탕 단골 손님이었다. 화재 당일에도 평소처럼 오전 6시쯤 사우나를 찾았다. 한 시간 뒤 옷을 갈아 입고 나선 이씨는 4층 입구에서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다 타는 냄새를 맡았다.

그는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난다고 주인에게 알리고 출입문을 여니 시커먼 연기와 함께 거센 불길이 보였다”며 “위급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휴게실로 뛰어가 ‘불이야’를 외치며 잠을 자는 손님들을 깨웠다”고 말했다.

이씨의 고함에 휴게실에서 잠을 자고 있던 10여명의 손님이 황급히 대피했다. 정작 그는 피신하지 않고 곧장 헬스장으로 뛰어가 운동 중이던 3, 4명의 사람들을 내보냈다. 이후 그는 다시 목욕탕 안으로 들어가 손님들을 대피시켰다. 입구가 아닌 안쪽까지 들어가 습식 및 건식사우나 문을 열어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가 사우나 안을 샅샅이 뒤지고 돌아 나오려는 순간, 갑자기 입구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결국 손님 1명과 갇힌 그는 그때서야 공포를 느꼈다.

이씨는 “목욕 수건에 찬물을 묻혀 탕 안쪽으로 들어가 얼굴을 감싸고는 소방관이 오기만 기다렸다”며 “숨쉬기가 어려워 그제서야 ‘이대로 죽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잠시 뒤 화재로 전기마저 끊겼고 목욕탕 내부는 순식간에 암흑으로 뒤덮였다. 30분쯤 지났을까. 그는 불길이 잦아들었다 생각하고 탈출을 시도했다. 탕에서 탈의실 쪽으로 나와 남탕 입구로 간신히 대피했다. 함께 있던 손님은 연기를 피해 창 밖으로 몸을 던졌다.

이씨는 물을 뿌리는 소방관의 모습을 보고서야 ‘살았다’ 생각했다. 이어 정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와 하늘을 보고 안도했다. 그는 대구 사우나 화재에서 가장 마지막에 탈출한 사람으로 기록됐다.

이재만씨는 “지금도 가끔 불 냄새가 나는 것 같고 갇혔을 때 공포가 떠오르는 등 트라우마가 남았지만 다시 그때와 같은 상황이 돼도 사람들을 먼저 대피시킬 것”이라며 “화재 등 사고가 났을 때 나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함께 탈출하도록 돕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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