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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 때 길 잃은 40대 입양아, 경찰 도움 38년만에 가족상봉

  • 입력 2019.01.30 00:00
  • 기자명 정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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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만에 상봉한 조슈아 라이스(한국명 김태형ㆍ가운데)씨와 아버지 김진호, 어머니 김정희씨 일가족. 대구경찰청 제공

38년 전 가족과 헤어진 조슈아 라이스(한국명 김태형ㆍ오른쪽 2번째)씨와 아버지 김진호(1번째), 어머니 김정희(3번째)씨 등이 30일 대구경찰청에서 만나 그간 살아온 얘기를 나누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3살 때 길을 잃고 부모와 헤어져 미국으로 입양된 40대가 경찰의 도움으로 38년 만에 가족과 상봉했다.

아들은 그 동안 친부모가 자신을 버렸다고 원망했는데, 부모의 사랑을 확인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3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장기실종수사팀 사무실. 초조한 표정으로 출입문만 바라보던 김진호(61)씨는 문이 열리면서 훤칠한 키의 아들이 들어서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태형이가 맞냐”며 부둥켜 안았다.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어 “살아 있어서 고맙다. 어떻게 살았니”라고 운을 데며 친모(김정희ㆍ57)씨 등 가족들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조슈아 라이스(한국명 김태형)란 이름을 쓰는 아들은 맨 먼저 아버지의 건강부터 물었다. 한국말을 할 줄 몰라 이들의 대화는 순차 통역으로 진행됐다.

아들의 질문에 아버지는 “3년 전 폐암 선고를 받았지만 잘 관리하고 있다”며 “이때까지 아들의 생사만 알 수 있어도 좋겠다고 여겼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니 꿈인지 생시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기뻐했다. 아들도 “15살 때 부모님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관계 기관에 의뢰했는데 부모 이름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해 포기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돼 너무나 기쁘다”고 했다. 아들은 38년만에 만난 부모에게 옷가지와 술을 선물로 전달했다.

김씨가 아들과 헤어지게 된 것은 1981년 12월 20일 대구시 중구 동인동에 있던 옛 대구예식장 앞에서다. 친지 결혼식에 갔던 김씨는 혼잡한 식장에서 아들을 놓쳤고, 백방으로 찾아다녔지만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경찰 동사무소 보육원 등 가보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지만 김씨는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 사이 라이스씨는 1982년 4월 미국으로 입양됐다.

실마리가 잡힌 것은 대구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이 나서면서부터다. 수사팀은 1970~1980년대 실종 무연고 보호아동의 경우 해외로 입양된 경우가 많다는 데 착안, 경찰에 접수된 실종아 사진과 보호시설에서 보관중인 입소카드의 사진을 대조하던 중 김씨가 경찰에 제공한 사진 속 주인공을 찾아냈다. 또 미국 입양사실도 확인하고 외교부 등의 협조를 받아 양부모측에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소식이 없었다. 애가 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해외입양인 그룹에도 올렸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시간만 속절없이 흘렀다.

단서는 한국경찰이 라이스씨를 찾는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한 다른 미국 입양인이 한국경찰에 연락하면서 잡혔다. 경찰은 국제우편으로 DNA를 넘겨받아 대조했고, 부자관계임이 확인됐다.

라이스씨는 국내에서 설을 쇤 뒤 7일 출국할 예정이다. 그는 “우선 미국 생활을 정리한 뒤 재입국해 경희대에서 한국어 수업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또 조만간 자신을 키워준 양부모도 한국을 방문해 친부모와 자리를 같이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스씨는 “아버지와 같이 술 한잔 하고 싶다”며 1시간여 상봉을 마치고 사무실을 나섰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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