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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포털 ‘실검’ 1위 예천군의회의 추태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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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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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기자

 

경북 예천군의회가 지난 5일부터 한때 포털사이트 실검(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한때 1위에서 밀렸다가 8일 낮 다시 1위를 탈환했다. 단군이래 예천이 이렇게 유명세를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는 말이 파다하다. 지난달 하순 해외 ‘연수’ 중 발생한 가이드폭행 때문이다. 게다가 연수 중 한 군의원은 가이드에게 접대부까지 요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름을 부었다. 기초의회 무용론에다 “나라망신 예천군의원 사퇴”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봇물을 이룬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뒤늦게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경찰은 한 사회단체의 고발에 따라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지금까지 드러난 진상은 이렇다.

◇혈세 6,200만원 들여 7박 10일 ‘연수’

예천군의회는 지난달 20일 7박 10일 일정으로 미국ㆍ캐나다 국외연수에 나섰다. 연수 일정 상당부분은 나이아가라폭포 등 관광성이었다. 군의원 9명과 수행 공무원 4명 모두 13명이었다. 군의원 9명 중 7명이 자유한국당 소속이고 2명은 무소속이다. 혈세가 6,200만원이나 들었다.

◇안경 쓴 가이드 폭행ㆍ여접대부 요구 국제적 망신

가이드폭행은 23일 오후 6시30분쯤 캐나다 토론토에서 일정을 수행하던 버스 안에서 일어났다. 전후 사실을 종합해 보면 술에 취한 박종철 부의장(4일 부의장직 사퇴)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일방적으로 가이드의 안경 낀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 상처를 입혔다. 운전사가 경찰에 신고했고, 가이드는 앰뷸런스에서 응급처치를 받았고 박 전 부의장을 연행하려는 캐나다 경찰에 추후 일정 차질을 이유로 만류했다. 이후 군 의원들은 돈을 거둬 합의금조로 500여만원을 건넸다.

이번 연수에선 이보다 더한 일도 벌어졌다. 권도식 의원은 21일 저녁 워싱턴 투어를 마치고 호텔로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여성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을 소개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 빈축을 샀다. “(여성)도우미가 나오는 술집이 있냐”고 했지만 가이드가 “없다”고 하자 “그럼 ‘보도’를 불러달라”고까지 했다. 이 같은 요구는 미국에서 캐나다로 넘어가서도 계속됐다고 한다. 투숙한 한 호텔에서는 호텔 방문을 열어놓고 왔다 갔다 하면서 술을 마시고, 큰 소리로 떠드는 바람에 일본인 투숙객들로부터 수 차례 항의를 받기까지 했다.

현지에선 불법인 버스 안에서도 술을 마시는 등 매일같이 술판을 벌였다. ‘국외연수’라는 단어가 무색했다.

◇반성의 빛 찾아볼 수 없어

이처럼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도 군의원들에게는 반성의 빛은 찾아볼 수 없다.

기자는 3일 오전 당사자를 만나 소문의 진위를 물었다. 박 부의장은 “일정 조정 문제로 다투다 휘두른 팔에 가이드의 안경 낀 얼굴에 맞아 상처가 조금 났고, 현지에서 합의금 500여만원을 주고 마무리했다”고 했다. 가이드에게 미안하지만 발단은 가이드의 불친절 때문이라고 책임을 떠넘기는듯한 뉘앙스였다. 여행사에 가이드 교체를 압박한 사실도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이 3일 오후 한국일보 인터넷뉴스를 통해 알려지자 전국적으로 비난여론이 비등했다. 일부 지방의원들의 자질문제와 일탈로 시선이 곱지 않던 차에 관광성 외유에다 폭행사태와 ‘여접대부 술집’ 요구까지 불거지면서 기초의회 무용론이 다시 일고 있다. 토론토 교포 사회도 국가적 망신이라며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예천군의회는 4일 오후 사과문을 발표하고 박종철 부의장은 부의장직 사퇴와 자유한국당 탈당계를 냈지만 분노한 국민 여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8일 오전까지 피해 당사자에게 사과의 전화 한 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도 뒤늦게 8일 오전에서야 진상파악에 나섰다. 게다가 일부 의원들은 지금도 “폭행은 정당한 권리 주장을 하다 발생한 불미스런 일”, “여성접대부 요구는 농담 삼아 지나가는 말로 도우미를 부를 수 있냐고 물어본 것 뿐”이라고 변명한다. 며칠간 계속된 요구도 ‘농담’인가.

폭력과 거짓해명으로 일관한 예천군의회는 물론 예천군 전체 이미지가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예천 역사상 이렇게 전국적 관심을 받은 적이 없다. 실추한 예천군 이미지와 갈가리 찢겨진 군민들의 자존감은 누가 찾아줄것인가.

이제 공은 경찰 손에 넘어갔다. 경찰은 국내 한 사회단체의 고발에 따라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폭행 당사자인 박종철 전 부의장은 형사처벌이 불가피해 보인다.

황재선 민주당 영주문경예천 지역위원장은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관련자를 제명 또는 자격상실을 의결하라는 등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분노한 주민들의 사퇴촉구운동과 주민소환절차에 동참하겠다”는 논평을 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 부의장 사퇴, 기초의회 폐지, 선심성 외유 금지 등의 청원 들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이런 일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예천군의회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풀뿌리민주주의를 짓밟는 일부 몰지각한 행위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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