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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32명 시골학교가 발명대회들 휩쓴 비결은…”

  • 입력 2018.12.27 00:00
  • 기자명 류수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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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일 안동 녹전초등학교 교사
3년 전 부임 후 대통령상 등 30차례 수상
“불편 해결식 아닌 기본원리 교육”

권오일 녹전초 교사가 지난 8월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푸시푸시 이동게임'을 설명하고 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전교생 32명의 시골 미니학교를 발명우수학교로 만든 40대 교사가 있다. 권오일 안동 녹전초등학교 교사다. 이 학교에서만 대통령상 등 30여 차례 크고 작은 상을 받아 발명교육계의 스타교사로 부상했다.

권 교사가 안동 녹전초등학교에 부임한 것은 2015년 3월. 전교생을 대상으로 발명교실을 운영했다. 부임 첫해 경북도학생과학전람회에 출전해 장려상을 수상했다.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대통령상(2016년) 등 최근까지 받은 상을 합치면 30개가 넘는다.

그는 “도 단위 대회만 해도 내로라 하는 학생들이 출품한 작품만 200점 이상”이라며 “평소 이런 대회나 전시회를 접하기 쉽지 않은 작은 시골학교이기에 더 자주, 큰 대회 출전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자들이 멀리 내다보고 공부하며 미래를 꿈꾸는 그런 인물로 성장하길 바라서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녹전초등학교는 8월 전국학생발명품경진대회에서 ‘발명 우수교’로 선정됐다. 이 대회에서 최지현(10ㆍ4년)양이 출품한 ‘푸시푸시 이동게임’은 최우수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이달 초 올해의 과학교사상 수상자로 선정돼 과학기술정보통신무장관 표창을 받았다.

특히 그는 경북도교육청이 제정(1975년)한 최고 권위의 상인 경북도교육상 수상자로 최근 선정됐다. 경북도교육상은 경북지역 교육 각 분야에서 교육발전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한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유아특수 1, 초등 2, 중등 2, 교육행정 1 모두 6명에게만 주는 상이다.

2001년 교편생활을 시작한 권 교사가 발명교육에 본격 뛰어든 것은 2008년쯤부터다. 대학 재학 때부터 발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안동초등학교 부임과 함께 안동발명연구회에 가입해 10년 넘게 ‘찾아가는 발명교실’을 운영 중이다. 교편을 잡기 전 연수를 받을 때는 당시 9살 난 자신의 딸에게 발명을 지도,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에 출전해 금상을 받기도 했다. 딸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권 교사는 지도자에게 주는 특허청장 표창을 받았다. 대학원에서도 아동발명교육을 전공했다.

“발명, 그냥 ‘생활하면서 불편한 걸 찾아서 만들어 보자’라는 식의 접근은 절대금물이다. 기본 원리를 이해해야만 좋은 발명으로 이어진다. 부모나 교육자들이 명심해야 한다.” 발명교육에 대한 그의 지론이다. 8월 최우수상을 받은 최양의 작품도 자석의 인력과 척력, 세기와 방향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발명품으로, 특허출원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인 녹전초 교장은 “발명대회는 초ㆍ중ㆍ고 학생들이 같이 경쟁하는 탓에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방과후에도 학생들과 과학실에서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는 모습을 보니 장하다는 생각뿐”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 학교에서 4년인 근무기한이 끝나 내년 3월에는 다른 학교로 가게 된다. 권 교사는 “미니학교이지만 그 꿈은 태평양보다 넓은 아이들로, 훗날 세상을 바꾼 위대한 인물로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폭넓은 안목을 길러주는 발명교육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안동=글ㆍ사진 류수현 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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