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 “액비 살포” 조건 바꿔 허가

장욱현 시장 “대법원 판결 따라” 해명 배치

영주시청 전경. 영주시 제공

경북 영주시가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미뤄온 단산면 동원리 일대 대규모 돼지 축사 신축허가를 대법원 판결 취지를 무시한 채 내 준 정황이 드러났다. 장욱현 영주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상대 후보가 뇌물에 연루된 축사허가 문제를 지적하자 “대법원 판결에 따라 허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영주시는 A씨 등이 2012년 11월 단산면 동원리 일대에 7,000마리가 넘는 돼지를 사육할 수 있는 축사를 신축하겠다며 허가를 신청했으나 주민반대와 수질오염 등을 이유로 불허했다. 대구지방환경청도 사업지구가 상수원보호구역 상류에 위치해 심각한 수질오염이 우려된다며 축산폐수를 위탁처리하는 등 강화된 처리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건축주는 이에 맞서 축산폐수를 전문업체에 전량 위탁하겠다며 영주시를 상대로 건축허가반려처분취소청구소송을 제기했고, 2015년 9월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대법원 확정판결로 끝난 것 같던 축사건축허가는 건축주가 원고승소판결의 근거가 된 ‘분뇨 전량 위탁처리’ 대신 ‘자체 처리 후 일부는 재활용, 나머지는 위탁처리’ 방안을 제시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엄청난 축산폐수를 처리해 줄 위탁처리업체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영주시는 건축주의 조건변경 대해 ‘불허’하는 대신 2016년 1월부터 5월까지 3차례나 ‘보완’을 요구했다. 봐 주기라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에는 ‘민원인의 민원처리 연장 요청은 2회에 한한다. 시는 10일 이내 보완을 요청할 수 있다. 기간 내 보완하지 않을 경우 되돌려 보낼 수 있다’고 돼 있다. 일반적인 사안이라면 불허 처분으로 종결됐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 해 6월 A씨는 장욱현 영주시장을 만났고, 7월 초 최근 제3자 뇌물수수죄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은 장 시장의 처남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당시 환경담당과장은 건축허가에 동의하지 않았고, A씨는 대구지방법원에 건축허가를 내 줄 것을 요구하는 간접강제신청을 했으나 2016년 11월 1심에선 기각, 그 해 12월 2심에선 각하됐다.

당시 결정문에 따르면 법원은 “분뇨의 구체적인 처리공정이나 인근 수질에 미칠 영향 등에 비추어 종전 법원에서 인정된 분뇨처리계획(전량 전문업체 위탁처리)의 경미한 변경이나 단순한 수정으로 볼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 원고승소 판결의 전제조건인 분뇨 전량 위탁처리 대신 일부 정화 처리는 ‘새로운’ 사유이므로 시가 보완지시를 내린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허가했다는 영주시의 해명과 다른 대목이다.

게다가 영주시는 2017년 1월 건축허가에 반대하던 담당과장을 교체했다. 이후 건축주는 돼지 오줌을 액비로 처리, 논밭에 뿌리겠다는 조건을 제시했고 영주시는 지난해 9월 전격적으로 허가했다. 대법원 확정판결과 간접강제신청사건 결정 취지를 무시했다는 여론이 많다.

축사 신축지역 주민 70여명은 장욱현 시장 처남에 대한 1심 유죄 선고 다음날인 14일 영주시청 앞에서 축사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주민들은 “영주시가 행정소송에서 이기고도 허가한 것은 시장 처남의 뇌물 수수 사건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주시 관계자는 “여러 환경전문가 등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돼지 오줌을 액비로 만들어 지주가 동의한 논밭에 살포하는 것이 전량 위탁 처리하는 조건과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