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단팥빵 은성운 대표

경북 경주시는 신라천년의 역사문화유적도시만큼이나 유명한 게 또 하나 있다. 단팥빵이다. 계란 물에 밀가루를 반죽해 팥소를 한 가득 넣은, 최영화빵과 황남빵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경주빵에다 촉촉한 식감과 담백한 팥소가 일품인 찰보리빵이 그것이다. 경주 특산의 빵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웬만한 메이커 빵은 명함도 내기 어렵다.

30여년 제빵경력의 은성운(50ㆍ사진)씨가 ‘빵 천하’ 경주에 도전장을 냈다. ‘세미(洗渼)단팥빵’이라는 브랜드로 시작한 지 불과 3년 만에 경주 3대 단밭빵 반열에 올랐다.

은 대표는 요즘 12가지 빵을 굽는다. 전통 단팥빵부터 호두 생크림 소보루 수제쵸코파이까지 다양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들도 입소문을 듣고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은씨는 “최고의 빵은 최고의 재료와 정직하게 만들어야 나온다”며 “무엇보다 자타가 인정하는 ‘제빵명장’ 타이틀을 얻고 싶다”고 말했다. 은씨는 뜻밖에도 우선 경주 3대 빵 중 말석이 목표라고 했다. “수십년, 대를 이어 자리잡은 황남빵(최영화빵)이나 찰보리빵을 단기간에 따라잡는다는 것은 과욕일 수 있고, 자칫 정상적인 것과 먼 빵을 만들려고 할지 모른다”며 “언제나 맛있는 빵을 굽는 동네빵집 아저씨로 남고싶다”며 소박한 꿈을 보였다.

경북 경산이 고향인 은씨가 빵과 인연을 맺은 것은 17세 때부터다. 친척이 식당을 하는 대구 교동시장의 한 빵집에서 허드렛일을 도우면서부터다. 그는 “처음부터 누가 빵 굽는 기술을 제대로 알려주나. 어깨너머로 배우고, 한마디 해 주면 잊지 않으려고 뒤돌아서서 메모지에 꼼꼼하게 적었다. 죽기살기로 배웠다”고 말했다.

실력을 인정받아 제빵입문 10여 년이 지나 대형 제과회사에 취업했고, 이후 대형마트 제과책임자 등을 거쳐 아내의 고향인 경주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로 경주 3대 빵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어렵게 배운 제빵기술이지만, 브랜드를 지어준 사람에게 자신만의 비법 하나를 전수해주기도 하는, 베푸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은씨는 “역사문화유적도시 경주에 가면 대한민국 최고의 단팥빵을 맛볼 수 있다는 게 상식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