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성미술상 시상식에 사진전과 미술전 동시 진행…홀대 논란

이채원 이인성기념사업회장이 4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내 이인성 동상 앞에서 대구시의 이인성미술상 시상식 홀대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인성기념사업회 제공

대구가 낳은 천재화가 이인성의 작품을 대구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한 반환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시가 이인성미술상 시상식을 소홀하게 진행해 미술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5일 이인성유작환수위원회에 따르면 이 화백의 그림 60여 점은 현재 서울 대한방직 회장이 개인 소장하고 있으나 이는 1961년 현 회장의 부친 등이 근대미술관을 만들자고 한 후 이 화백 사후에 친척집에 보관 중인 작품을 미술관 기부용으로 가져간 것이다.하지만 미술관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작품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 작품들은 ‘어느 미술관장의 회상’(1998)과 ‘이인성 작품집’(1972) 등 자료를 근거로 볼 때 시가 500억원에 해당하는 60여 점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한방직은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한 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에 ‘들국화’, ‘큐피트상이 있는 정물’, ‘책 읽는 소녀’, ‘이화의 오후’ 등 소장 중인 이 화백의 작품 35점을 대여한 바 있다.

곽인희 이인성유작환수위원회 대구위원장은 “대한방직이 인류의 문화적 자산이자 공공재산인 이 화백의 작품을 점유하는 과정에 의혹이 있다”며 “개인 차원이 아니라 대구와 대구시민에게 이 작품을 돌려주기 위해 작품 반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올 1월에 이어 지난달 22일 2차로 이 화백 작품 반환에 대한 내용 증명을 대한방직 측에 송부한 상황이다.

이에대해 대한방직 측은 ‘현재 보유 중인 이 화백의 작품들은 모두 본인 소유로 환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아무 근거도 없이 점유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사실과 다른 주장들로 명예를 훼손하고 있어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이인성유작환수위원회는 지난 4월 초 이 화백의 무덤이 있는 서울 중랑구 망우리에서 소수 재벌미술관과 기관들이 대다수를 소장 중인 이 화백의 작품 반환을 위한 발족식을 갖고 서울과 대구에 지부를 결성했다.

한편 2일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제19회 이인성미술상 시상식을 둘러싸고 대구시의 이인성 홀대론이 부상하면서 작품 반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시상식 행사에는 이 화백과 관련없는 미술전과 사진전의 개막식이 함께 진행됐고 이인성기념사업회 회원 40명은 식순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 대구시장도 불참했고 역대 수상자와 심사위원도 초청받지 못했으며 축하공연이나 유족 소개도 전혀 없었다.

이 화백의 장남인 이채원 이인성기념사업회장은 “아버지 이름을 딴 미술상이 다른 지역에서 명맥을 이어갔더라면 벌써 미술관도 생겼을 텐데 ‘문화도시 대구’는 구호에 불과하다”며 “대구시가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으면 이인성미술상은 폐지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당장이라도 작품을 서울, 광주 등으로 가져가고 싶지만 대구에서 나고 자란 아버지가 사랑했던 대구와 대구시민이 있는 만큼 아버지 작품 반환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작품을 반환받으면 1953년 대구에 ‘이인성 양화연구소’를 설립한 아버지를 이어 ‘이인성 미술학교’를 건립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대구미술관 관계자는 “예산 절감 등 문제로 행사를 함께 진행하다보니 진행과정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지만 절대로 홀대는 아니다”며 “전시회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 위해당일 행사를 최소 규모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이채원 이인성기념사업회 회장이 버스정류장에 붙은 '명작의 고향 대구' 표지판을 가리키고 있다. 표지판 맨 첫 줄에 '천재 화가 이인성의 그림 소재가 된 계산성당'이 새겨져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