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와 인터뷰 중인 전찬걸 경북 울진군수. 울진군 제공

전찬걸 경북 울진군수(59ㆍ사진)는 지난 6ㆍ13 지방선거 후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평상복 차림으로 울진 구석구석을 누빈다. 현장 속에 답이 있다는 신조에서다. 군민들의 고충이 무엇인지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행정의 기본이라 여긴다. 그가 군수 취임 후 내세운 3대 비전의 하나도 ‘현장군정’이다.

전찬걸 군수는 “근래 어촌마을을 돌며 수산물 위판장을 주로 가 보는데 어민들 말이 어획량이 시원찮아 이전보다 더 먼 바다까지 나가야 고기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며 “멀리 나가는 것도 힘든데 기름값이 올라 더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해 행정에서 어떻게 지원하면 될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찬걸 군수는 요즘 큰 시름에 잠겨 있다. 울진 경제를 지탱해 온 원자력발전소의 신규 건설이 중단되면서 지역 전체가 휘청거리는 탓이다.

울진에는 한울 원전 6기가 가동 중이다. 여기에 신한울 원전 1ㆍ2호기가 2019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이어 신한울 3호기와 4호기가 각각 2022년 12월과 2023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건설돼야 하나 지난해 5월부터 설계단계가 중단됐다.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 신재생에너지 확대 확대’ 정책에 따라 전국의 신규원전 4기와 함께 멈춘 것이다.

전 군수는 “정부가 건설 중단의 이유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면서 “만약 포항, 경주 등 동해안에 잇따른 지진으로 인한 안전 때문이라면 현재 가동 중인 원전도 중지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진은 과거 원전 건설을 강력히 반대했던 지역이나 10기만 받는 조건으로 빗장을 풀었고, 지난 1988년 한울 원전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후 원전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지역이 됐다. 원전 대가로 받은 각종 지원사업비에 지역 재정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다. 신한울 3ㆍ4호기 건설 무산으로 주민 지원사업비 2,600억원은 물론 원전 수명 60년 기준 법정지원금과 특별지원금도 받지 못하게 됐다.

한국일보와 인터뷰 중인 전찬걸 경북 울진군수. 울진군 제공

전찬걸 군수는 “원전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주민들의 허탈감과 상실감도 크다”며 “정부가 정작 원전을 끼고 사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중지시켜 군민들의 반발이 더 크다”고 말했다.

실제 울진군 경제는 원전 건설 중단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북면 근처 건설 노동자들의 원룸이밀집한 죽변면 일대는 공실이 줄을 잇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울진군 주민등록인구는 지난해 9월 말 5만1,076명에서 올 9월 말 5만164명으로 1,000명 가까이 줄었다.

전 군수는 “주민등록에 올리지 않은 인구까지 고려하면 2,000명 넘게 울진을 떠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정부가 건설 중단 이유도 밝히지 않았지만 이후 발생하는 피해 대책도 전혀 내놓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전찬걸 군수는 신한울 3ㆍ4호기 건설 공사 재개되면 이후에는 원전에 의존하는 울진 경제의 틀을 바꾸는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는 “원전 수명이 건설 기간까지 합쳐 통상 70년쯤 돼 이후 울진군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100년 이상 앞을 내다본다면 울진이 자랑하는 천혜의 자연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군수는 울진이 갖고 있는 112㎞의 긴 해안선과 고운 백사장 모래를 활용한 국립해양치유센터와 울진 금강송 숲길의 생태를 관광자원화하는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전찬걸 울진군수는 “중단된 신한울 원전 건설이 재개되는데 집중하고 이후에는 지역 관광자원의 가치를 높이는데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며 “울진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자연으로 천년만년 살기 좋은 고장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