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안동시 문해골든벨 참가 어르신들이 사회자가 발표하는 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안동시 제공

29일 오후 경북 안동시 안동체육관 보조경기장. 빨강 노랑 파랑 하양 야구모자를 쓴 60~80대 남녀어르신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사회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문제발표가 끝나자 마자 잠시 고심하더니 바닥의 보드에 뭔가 적더니 일제히 앞이 보이도록 세웠다. 학장시절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이 뒤늦게 한글을 깨우치고 그 실력을 겨루는 제1회 안동시 문해(文解)골든벨 대회 현장이다.

제1회 안동시 문해골든벨이 안동시ㆍ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 공동주최로 29일 오후 안동체육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문해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다.

참가자는 250여 명. 사회적인 환경, 어려운 가정형편 등으로 초등학교조차 나오지 못해 한글 사용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안동시가 특수시책사업으로 추진하는 한글배달교실과 마리스타학교 등에서 뒤늦게 문해교육을 받고 글을 깨우친 어르신들이다.

이날 대회에선 김귀종(70ㆍ길안면) 할머니가 27문제를 맞춰 장원(경북도지사상)을 차지했다.

김모(72)씨는 “신문이나 책은 물론 편지도 제대로 읽지 못해 답답했는데 한글배달교실을 통해 몇 달 배웠더니 웬만한 글은 다 읽을 수 있게 됐다”며 “손주들 도움으로 나름 자신있다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탈락해 아쉽다”고 말했다.

안동시 평생교육과 김광수 과장은 “글 모르는 설움으로 한 평생 살아온 늦깎이 학생들이 남은 생을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며 “문해교육에 대한열정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동시는 12월 중 문해교육생들의 느낌을 담은 문해시화전도 개최할 예정이다.

권정식기자 kwonjs57@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