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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이장 빈 자리 너도 나도 자원…경북도 난색

  • 입력 2018.10.23 00:00
  • 기자명 김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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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이장 승계 희망자 울릉도에서만 7가구

주민등록 등재부터 식사 의료 교육 생계 모두 걸림돌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고(故) 김성도 이장의 생전 모습. 경북도 제공

경북 울릉군 독도리 이장 고(故) 김성도 씨의 빈자리를 이어 독도 이장이 되겠다는 신청이 줄을 잇고 있으나 정작 독도 주민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경북도가 난색을 보이고 있다.

23일 경북도와 울릉군에 따르면 수년 전부터 ‘독도에 살며 섬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와 요구가 잇따르면서 울릉도 주민 중에서만 독도 이장 희망자가 7가구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독도 이장에 앞서 독도 주민이 되는 것부터 걸림돌이 많다. 천연보호구역인 독도에는 사유지가 없어 부동산 매매가 불가능한 터라 김성도 이장 부부가 살던 집도 해양수산부 소유의 어업인 숙소다. 김 이장은 1991년 어선이 표류하거나 풍랑을 만나 독도로 피항하는 경우를 대비한 이 어업인 숙소 관리인으로 채용되면서 독도에 거주하게 됐고 2007년 독도리 이장이 됐다.

독도 어업인 숙소 관리인이 돼도 현실적인 벽이 높다. 독도는 나무가 거의 없어 과실을 구할 수 없고 곡식 재배도 어려워 쌀과 나물 등 식량을 모두 울릉도에서 구입해야 한다.

독도 주변에 해산물이 풍부하긴 하지만 미역과 홍합 등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울릉읍 도동 어촌계에 임대료를 내야 한다. 지난 1981년 독도 최초로 주민등록을 올린 고 최종덕 씨도 도동 어촌계 소속으로 수산물을 채취하기 위해 입도했다 독도 주민이 됐다.

독도 주변 해역에서 조업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김성도 이장은 독도에서 최종덕 씨의 일을 돕던 어업인이고, 김 이장의 부인 김신열(81)씨는 해녀여서 가능했다. 2008년 당시 신문사 취재기자로 독도에 1년 넘게 체류한 전충진 경북도 독도정책과 홍보담당도 “독도에서 밥을 해 먹는 게 가장 힘들어서 통조림과 컵라면으로 때우는 날이 많았다”고 말했다.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故 김성도 이장의 생전 모습. 경북도 제공

김성도 이장 부부는 경북도의 독도 주민 지원 조례로 매달 100만원, 이장 수당 20만원,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독도명예이사장 수당 20만원 등 140만원을 받아왔다. 하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고 지난 2013년 독도 선착장에 독도사랑카페라는 판매장을 열어 기념품 등을 팔았지만 반짝 인기를 얻은 후 매출이 시원찮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의료와 교육시설이 없는 것도 걸림돌이다. 육지 대형병원과 화상으로 진찰이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만 응급 수술은 물론 곧바로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을 수도 없다. 김성도 이장은 지난 2008년 뇌졸중을, 김신열 씨는 2015년 뇌졸중으로 수술 받을 때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신열 씨는 지금 독도에서 나와 육지에서 거주하고 있다.

울릉군은 현재 김성도 이장이 살던 어민숙소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군은 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4월쯤 민간인 거주에 대책을 세울 계획이다.

울릉군 독도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경북도 독도 주민 지원금이 20만원 더 올랐지만 자급자족이 안되는 곳이라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많다”며 “그래도 김성도씨처럼 독도리 이장이 되겠다는 문의와 신청이 줄을 이어 해수부, 경북도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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