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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우리 동네 공원, 그 숨은 비결은?

  • 입력 2018.10.03 00:00
  • 기자명 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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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대장’ 박준수씨를 칭찬합니다

대구 북구 연암공원 배드민턴장 청소대장 박준수 씨. 그는 대구 배드민턴 채보다 빗자루 도는 횟수가 더 많다고 주위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박준수(58ㆍ북구 침산동)씨는 배드민턴장 청소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북구 연암 공원 내에 있는 배드민턴장이 그의 봉사 장소다. 배드민턴 동호인인 이무준(52ㆍ북구 침산동)씨는 “배드민턴 채보다 빗자루 드는 횟수가 더 많은 사람”이라면서 엄지 척을 해 보였다. 같은 클럽에서 운동하는 곽은희(45ㆍ북구 산격동)씨도 “친절하고 배려심 많은 분”이라고 했다.

박 씨는 15년 전부터 수도관리사업소가 있는 산격동의 연암공원테니스장에서 운동을 했다. 하루 종일 운전으로 굳어진 몸을 운동으로 풀고 스트레스도 날렸다.

배드민턴은 11년 전부터 시작했다. 테니스장 옆 흙 구장에 평탄작업을 하고 라인을 긋고 주변을 청소했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사전준비와 뒤치다꺼리가 일이었다. 야외구장이라 바람 불고 눈이 오면 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

7년 전 지붕을 올리고 실내운동장의 격식을 갖췄다. 내친 김에 클럽을 창단했다. 현재 회원이 250여 명이다. 대구광역시 배드민턴클럽 200여 개 중 가장 큰 클럽이자 명문클럽이다. 실력도 좋다. 7년 동안 대구시 공인 우승 6번, 준우승 7번, 3위는 20번도 넘게 했다. 박 씨는 선수를 발굴하고 팀우승의 큰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의 클럽으로 우뚝 서기까지 박 씨가 숨은 공로자다. 그는 과묵하고 말수가 적다. 말보다는 행동과 실천이 앞선다. 둥글둥글한 성격은 사람을 따르게 한다. 배드민턴 회원들과 주위에서 얘기를 보탰다. ‘대구시에 이렇게 단합이 잘 되는 클럽이 없다’, ‘무에서 유를 만들었다’, ‘솔선수범하는 사람이다’, ‘봉사대장이다’, ‘인기가 많다’등 칭찬이 이어졌다.

동호인들의 주무대인 연암공원 일대는 깨끗하기 그지없다. 박 씨가 부지런히 빗자루를 잡은 덕분이다. 별명이 아예 청소대장이다. 동호인들은 “배드민턴장 주변의 꽃 한 송이 돌멩이 하나까지 박 씨의 손길과 노력이 녹아있다”고 입을 모은다. 연암배드민턴 전임회장으로서 원만하고 친화적 리더십도 발휘한다. 신입회원이나 낯선 사람이 오면 서먹하지 않도록 함께 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배드민턴은 서로 마주보고 하는 운동입니다. 부부가 함께 하기 좋은 운동입니다. 상대를 배려하고 눈높이를 맞추며 운동할 수 있습니다. 부부관계가 나빠져서 스트레스 풀러 왔다가 남편을 데려와서 함께 운동하며 부부관계가 좋아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함께 땀 흘리며 운동을 통해 건강과 인간관계가 좋아지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북구는 배드민턴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동네 잔칫날이다. 박 씨는 물심양면으로 봉사와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직접 밥도 하고 국도 끓이고 부침개도 굽는다. 솔선수범한다. 불평불만이 없고 모두가 하하 호호 한마음이다.

박 씨는 봉사하는 삶을 어머니에게 배웠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어머니는 늘 자기보다 남들 일을 먼저 걱정했다. 강석구(52ㆍ북구 산격1동)씨는 “3년 전 박 씨가 부친상을 당했는데 상갓집에 손님이 미어터졌다. 베푸는 삶, 어진 삶을 산 결과라고 생각했다”면서 박 씨의 인간성을 칭찬했다.

박 씨는 어머니를 닮아 어린 시절부터 늘 모범적이었다. 초등학교 때 6년 개근을 할 정도로 성실했다. 학창시절 운동을 잘 해서 도민체전에도 나갔고, 군대시절엔 태권도와 특공무술교관으로 후배들을 양성했다. 제대 후 화물차를 몰기 시작했다. 10여 년 근무하며 모범사원 상도 받았다.

“하루 18시간을 꼬박 운전하기도 합니다. 하루 종일 앉아 있다 보니 뻣뻣한 몸을 풀기 위해 일을 마치고 곧장 배드민턴장으로 갑니다. 땀 흘리고 운동을 하고 회원들과 경기를 하다 보면 하루의 피로가 다 날아갑니다. 지금 이대로가 좋습니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편하고 즐거울 수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세상사는 재미가 이런 거 아닌가요.”

강은주 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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