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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사별한 52세 경단녀, 지역 소방업계 최고 CEO 되기까지

  • 입력 2018.08.08 00:00
  • 기자명 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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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옥 (주)프로에프에스 대표를 칭찬합니다

남편 사별 후 대구소방업계 전문CEO로 우뚝 서기까지 12년 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는 제성옥 (주)프로에프에스 대표. 신축사옥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이 길에 처음 발을 들여놓을 때까지 평범한 주부로 살았습니다. 사회적으로 볼 때 52세의 경력단절녀였죠.”

제성옥(64) (주)프로에프에스 대표는 대구 소방시설관리업계의 1세대이자 원조다. 여성 최초로 소방업에 뛰어들었다. 소방업을 시작한 지 12년, 회사를 반석 위에 올려놓기까지 쉽지 않은 세월을 보냈다.

그녀가 사회로 나온 계기는 남편과의 사별이었다. 남편이 생전에 일구던 사업을 물려받았다. 부지런히 배우면서 일을 해나갔지만, 여성이라는 편견의 벽에 부딪힐 때가 많았다.

강산이 한번 변하는 동안 열심히 살아온 끝에 나름 결실을 맺었다. 사옥도 짓고 계열사도 늘였다. 학교 100여 곳, 일반 건물 180곳, 아파트 288곳 등 크고 작은 건축물의 신축, 증축 시 소방 공사를 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소방시설 점검 및 공사실적 증명서는 대구업계에서 A+학점이다.

제 대표도 젊은 시절 경상북도 소방계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 소방공무원인 남편과 만나 결혼했다. 남편은 소방간부 1기생으로 25년을 소방서에서 근무했다. 퇴임 후 2004년 7월에 소방업체를 설립했다. ‘소방실무’ ‘소방유체역학’ 제목의 소방관련 책도 냈다. 그녀가 공사 현장을 누비며 전문 CEO가 되기까지 남편의 저서가 숨은 공로자역할을 했다.

남편의 사업을 이어받아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 가장 큰 용기를 준 것은 직원들의 기대와 간절함이었다. 그 눈빛을 외면할 수 없었다. 가정 생계도 문제였다. 자녀들이 모두 학업 중이어서 한창 돈이 들어갈 때였다. 용기를 내는 수밖에 없었다.

“현관 밖 세상은 정글이었어요.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죠. 업무파악도 힘들었지만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에 맞서 싸우는 이중고에 시달렸습니다. 가시덤불에 생채기를 내며 오로지 앞만 보고 전진했습니다. 되돌아 갈 수도 없었어요. 회사가 정상화되고 CEO로서 자격을 갖추기까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최선을 다하는 중입니다.”

제 대표는 12년 동안 하루 4~5시간 이상 잠을 자 본 적이 없다. 사무실에서 보던 서류를 늘 집에 가지고 갔다. 밤새 읽고 자료를 찾고 공부했다. 결혼 전 소방계에 근무한 기억을 더듬으며 남편이 쓴 책과 자료들을 읽고 또 읽었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지만 전문 소방공사업, 전문 점검업, 소방시설 안전관리 대행업은 지식과 경험이 풍부해야 합니다. 먼저 알아야 합니다. 작업복을 입고 직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발로 뛰었습니다. 함께라는 가치, 공동체 의식을 키웠습니다.”

최고를 향한 열정은 그녀를 전문가로 만들었다. 소방업은 크게 소방시설 점검과 공사로 나뉜다. 시공부터 전기와 기계를 완벽하게 설치해야 한다. 사고 시 생명이 달린 문제다. 최근 변해가는 현행법상 건물에 소방시설이 제대로 되었는지는 필수 점검대상이다.

규정이 엄격한 만큼, 직원들이 잘 하고 있는지 수시로 암행감찰을 했다. 일이라고 생각하면 귀찮기 그지없고 스트레스가 되는 일이었지만, 평소 꼼꼼한 성격이어서 오히려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했다. 사소한 건이라도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렸다.

“작년에 시공한 무학로 터널공사 땐 야밤에 혼자서 깜깜한 터널내부를 확인하러 갔습니다. 긴 터널을 일일이 점검했습니다. 모든 건축물의 시공과 마찬가지로 소방시공도 기초부터 확실해야 합니다. 작은 실수가 모든 것을 망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직원들에게 1%의 잘못일지라도 먼저 인정하고 시정하라고 한다. 99%를 칭찬하는 건 1%를 시정한 후의 일이다.

신뢰를 얻기 위해 애를 쓰다 보니 인연을 맺은 업체는 대부분 재계약을 한다.

“기본에 충실하며 ‘정직하게 하자’가 사훈이자 철학입니다. 토끼와 거북이중 거북이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목표점엔 늦게 도달하지만 성실하고 변함이 없습니다.”

정말 정신 없이 살았다. 누가 나이를 물으면 잘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고 했다. “사는 게 바빠서 나이 세고 앉아있을 겨를도 없었던 것”이라면서 계면쩍은 웃음을 흘렸다.

그 사이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은 자녀들이었다. 그녀는 슬하에 딸 둘 아들 하나를 뒀다. 모두 장성했다. 출가한 자녀도 있다. 아들은 함께 근무하면서 어머니를 돕고 있다. 가장 든든한 후원군이다.

마지막으로 소방업에 관해 알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안전의식에 관한 이야기였다. 제 대표는 “안전에 대한 의식은 국가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인데 그와 관련해 우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21세기 건축물은 경제발전과 건축기술의 발달로 더욱 다양화, 고층화, 대형화되고 있습니다. 대형 건물은 곳곳에 재해 위험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특히 화재예방에 대한 안전의식부족으로 많은 인명과 재산을 한 순간에 잃는 안타까운 순간들을 많이 봐 왔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나라의 안전의식도 많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 소방에 대한 안전의식 부족과 소방기술 역시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문화가 발달할수록 안전 의식과 수준이 함께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전 수준이 향상될 수 있도록 공공기관과 시민 모두 안전 관련 분야에 더욱 큰 관심과 격려, 지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합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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