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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무원 생활 마치고 귀향해 이장님 됐어요”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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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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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서 30년 근무한 최동로씨

 

포항 죽장면 주민들 요청에 수락

 

“경험 살려 사과농가 소득 증대”

 

농업 관련 고위공무원 출신으로 마을 이장이 돼 화제인 포항 북구 죽장면 현내리 최동로(63ㆍ오른쪽)이장이 임명장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인구 100명도 안되는 경북 포항의 한 산골마을에 농업 관련 고위공무원 출신 이장이 탄생해 화제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을 지낸 최동로(63)씨는 12일 포항 북구 죽장면사무소에서 현내리 이장 임명장을 받았다.

최 신임 이장은 대구 농림고와 경북대 농대 대학원을 마치고 일본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은 농업 전문가다. 지난 1983년 농촌진흥청에 들어가 농업과학기술원 농업생물부장, 농촌현장지원단장을 거쳐 2010년부터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2급)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 2013년 2월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뒤 고향인 포항 북구 죽장면으로 내려와 면적 8,260㎡의 밭을 구입해 4년째 사과농사를 짓고 있다. 죽장면은 청정 고지대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고로쇠 수액과 오가피로 유명한 마을이다. 죽장면 사과는 해발 200∼450m의 고랭지에서 생산돼 서늘한 날씨 덕에 빛깔과 맛이 좋아 고품질 사과로 각광 받고 있다. 포항시 사과 재배면적 1,031㏊의 37.4%(386㏊)를 차지할 정도로 주민 대부분이 사과 농사를 짓고 있다.

최 전 원장은 포항 죽장초등학교와 죽장중학교를 졸업했다. 본래 고향은 죽장면 입암리이다. 그는 “옆 동네에 좋은 밭과 집이 있다”는 지인의 소개로 현내리에 터를 잡았다. 현내리는 50여가구 주민 95명 대부분이 사과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산간 마을이다.

최 전 원장은 “죽장면이 고향이기도 하지만 맑은 물과 선선한 날씨 등 사과 농사를 짓기 딱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어 귀농지로 택했다”며 “와 보니 생각했던 청정 자연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주민 대부분이 과수 농가인 마을에 농업 박사가 이사를 오자 주민들은 크게 환영했다. 최씨 역시 농민들의 기대만큼 사과 농사를 적극 도왔다. 최 전 원장의 코치로 죽장면 일대 사과 농업인들로 구성된 죽장사과영농법인은 지난해 한 차례 쓴맛을 봤던 정부 공모사업 ‘밭작물 공동경영체 육성지원’에 선정되는 결실을 얻었다.

최 전 원장은 30년 농업 분야 공직생활 경험을 살려 죽장지역 농민들의 사과 생육관리와 방제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때때로 전국의 선도 농업인을 강사로 불러 마을 농민을 대상으로 교육도 진행한다.

최동로(63) 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이 경북 포항 북구 죽장면 현내리 이장에 선출돼 화제가 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주민들은 사과농사에 해박한 지식과 기술이 있는 최씨에게 이장을 맡아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그는 몇 차례 거절했으나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막내라 주위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 결국 두 손을 들었다고 한다.

최씨는 ”농사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해 보니 이웃 주민과 농민들에게 배우는 게 더 많다”며 "귀농에 관심 많은 퇴직예정자들이 죽장면으로 많이 올 수 있도록 살기 좋은 마을이 될 수 있게 힘써 보겠다"고 말했다.

정국태 포항시 죽장면장도 “농촌지역이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농업 전문가가 이장으로 활동하게 돼 너무 반갑다”며 “농민들의 농업소득증가와 농촌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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