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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뭄 중에 가장 큰 가뭄은 사람가뭄

  • 입력 2017.12.27 00:00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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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수 의성군수

2018년은 의성에게 ‘동계 올림픽의 해’입니다. 컬링 덕분입니다. 컬링은 최근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종목 중 하나입니다.

의성에는 전국 유일의 컬링 전용 경기장이 있습니다. 올해 5월부터 일반인을 위해 2레인짜리 경기장을 새로 짓고 있습니다. 이 컬링장이 완성되면 이색 체험을 즐기기 위해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동계 올림픽은 세계인의 겨울 축제입니다. 사실, 축제 중의 축제는 겨울 축제입니다. 겨울은 움츠려 들기 쉬운 계절입니다. 다른 계절과 비교해 사람을 모으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만큼 축제의 내용이 여간 충실하지 않고선 흥행하기 힘듭니다.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성하기 마련입니다.

축제의 기원은 장시입니다. 옛 어르신들은 장이 서면 “장 보러 간다”고 하셨습니다. 물건을 보고 살펴서 구매한다는 뜻도 있겠지만, 장에는 말 그대로 볼거리가 풍부했습니다. 제철 과일과 음식을 비롯해 새로운 상품들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볼거리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켰습니다.

사람들을 특정 장소나 지역으로 모이게 하려면 추운 날씨를 무릅쓰고 나들이를 나설 만큼의 매력적인 요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 의성이 겨울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겨울 축제는 없지만 그냥 그대로 있어도 아름답고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충분한 곳이 바로 의성입니다.

한반도 4대 길지에 손꼽히는 금성산의 겨울 풍경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의성은 산이 대부분 나직나직한 반면 금성산만 홀로 우뚝 합니다. 금성산이 굽어보고 있는 산운마을에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겨울 풍경의 백미가 있습니다. 영남에서 가장 빼어난 별당으로 일컬어지는 소우당입니다. 아침 햇볕이 강렬해지기 전, 서리를 튀김옷처럼 입고 빠닥빠닥해진 풀을 뽀독 뽀독 소리 내어 밟으며 노송 사이를 거니노라면 옛 선비들의 기풍이 옷자락에 스미는 느낌이 듭니다. 겨울날 소우당을 한번만 걸어보면 ‘영남 제일의 정원’이라는 칭송이 겨울 풍경 때문에 나온 말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행은 눈과 마음을 만족시키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의성은 언필칭 마늘의 고장이자 마늘과 가장 어울리는 한우를 생산합니다. 최고의 맛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기로는 전국에서 둘째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겨울 풍광에 한껏 취한 뒤에 맛보는 한우는 말 그대로 선계의 음식입니다. 이보다 더 낭만적인 겨울 여행이 없습니다. 그냥 발길을 돌리기 아쉬운 분들은 의성의 너른 들에서 키운 쌀 한 포대와 마늘 한 접을 트렁크에 싣고 떠난다면 허한 마음을 달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봄과 여름엔 가뭄이 격심했습니다. 의성도 비가 오지 않아 근심이 깊었습니다. 그러나 가뭄보다 더 큰 걱정은 사람 가뭄입니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농촌 경제는 손님들의 발걸음으로 자랍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기면 농촌 경제는 농작물처럼 고사합니다. 특히, 출향민 여러분들의 애정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들이 한번이라도 더 해주신다면 고향의 인심과 들녘은 더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사람 풍년이 지역을 살리는 유일한 길입니다.

여러분의 발길이 희망입니다. 오신 김에 떠나기 싫으면 정착하셔도 좋습니다. 의성에서 마음과 몸의 허기를 채우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겨울 나시기를 바랍니다.

김주수 의성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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