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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하늘의 심판… 13년 전 어머니 살해범, 형사 된 아들이 잡았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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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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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임시사장 일보던 어머니

“비싸다” 시비에 흉기 찔려 숨져

당시 고등학생 아들, 경찰 입문

지난달 강도사건 범인 수사하다

꽁초서 살해현장과 같은 DNA

불상사 우려 체포 과정선 제외

2004년 대구 노래방 여주인 살인사건 사진 기록. 대구중부경찰서 제공

 

K형사가 근무 중인 대구 중부경찰서 전경.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하늘의 심판이었다. 13년 전 미궁에 빠진 노래방 여주인 살인사건의 범인을 형사가 된 피해자 아들 수사팀이 마침내 체포해 쇠고랑을 채웠다. 대구 중부경찰서 K(31ㆍ경사) 형사는 2004년 6월25일 어머니를 잃었다. 그의 어머니(당시 44)는 자녀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가끔 오빠가 운영하는 노래방에서 임시 사장 일을 보다 “술값이 비싸다”며 시비를 거는 범인(48ㆍ구속)의 흉기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K형사는 사건 현장에 한 발짝도 접근하지 못했다. 가족이 받을 충격을 우려한 경찰이 현장을 봉쇄했기 때문이었다.

수사본부가 꾸려졌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가족의 가슴에는 응어리가 맺혔지만 사건은 장기미제 파일에 포함돼 창고에서 먼지만 쌓였다. 사건은 잊혀졌다. 하지만 아들은 경찰에 입문했고 파출소 근무 등을 거쳐 2013년 꿈에 그리던 형사가 됐다.

그는 사건 현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어머니 사건은 항상 그의 뇌리 속에 맴돌았고, 수도 없이 사건현장을 맴돌고 수사 기록도 되씹었지만 단서는 털끝만큼도 없었다.

세월은 흘렀고 아픔도 어느 정도 숨길 수 있는 연륜이 쌓였다. 어머니 사건도 반쯤 포기하다시피 했다. 그러던 그에게 범인이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21일 오후 11시50분쯤 대구 중구에서 귀가 중이던 여성(22)이 둔기에 맞고 손가방을 빼앗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에서 범인이 담배 피는 광경을 확인하고 그 곳에 떨어져 있던 담배꽁초 수십 개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다. K 형사는 그때만 해도 강도사건 범인이 어머니 살해범일 거라고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감식 결과 그 꽁초 중 하나에서 나온 DNA 정보가 장기미제 사건파일에 보관 중인 어머니 살해 현장의 담배꽁초와 일치했다. 두 사건의 범인이 동일범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나온 것이었다. 그의 맥박이 거칠어졌다.

경찰은 곧 중부서 형사팀과 대구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 범죄분석관 등으로 수사전담팀을 꾸렸다. 하지만 탐문수사에 밤낮이 따로 없었던 K형사는 “수사팀에서 빠지라”는 지시를 받는다. 범인을 마주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경찰이 미리 차단한 것이다.

수사팀이 탐문과 잠복 수사로 범인을 붙잡는 동안 그는 장기 휴가를 떠났다. 직접 범인을 잡고 싶었던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동료들이 그를 다독였다.

그는 지금도 어머니 사건을 떠올리는 것이 힘들다. 범인은 잡혔지만 옛날 충격이 고스란히 되살아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료들은 범인이 K형사 수사팀에 붙잡힌 것은 하늘의 심판이라고 했다. 한 동료 형사는 “K가 형사가 된 동기 중의 하나가 어머니 사건이었지만 막상 범인이 수사선상에 올랐을 때 그는 동료를 믿고 현장에서 한 발 의연히 물러섰다”며 “이것이 바로 그가 형사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대구=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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