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어선에 “간나 새끼 용서하지 않겠다”고 엄포

북한에 나포돼 엿새 만에 돌아온 복어잡이 어선 '391 흥진호'가 경북 울진 후포항에 정박돼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위쪽 빨간 점은 흥진호가 나포되기 하루 전 어업통신국에 보고한 위치. 아래 빨간 점은 흥진호 전 선장인 고모씨가 나포 후 흥진호 선장과 통화했다며 해경에 알려준 위치. 해경 제공

북한 경비정에 피랍됐다 엿새 만에 송환된 ‘391흥진호’는 한일중간수역에서 복어를 1마리 밖에 잡지 못하자 어군이 많은 북한 수역을 침범한 것으로 드러났다. 6일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복어잡이 어선인 흥진호는 지난달 16일 울릉도를 출항, 다음날인 17일 한일중간수역에서 조업했으나 복어를 1마리 밖에 잡지 못했다.

남 선장은 이 수역의 북서쪽 끝 지점으로 이동해 어군을 탐지한 결과 북한수역에 복어가 많은 것을 확인하고 18일 오전 5시 고의적으로 북한수역을 침범했다.

한일중간수역 경계에서 북한 측으로 50마일(약 92㎞)까지 들어가 불법조업하던 흥진호는 19일 오후 어구 150통 중 50통이 절단된 것을 확인하고 근처에서 조업 중인 북한 어선에 2,3m까지 접근, 위협하며 스피커로 “간나 새끼, 한 번만 더 자르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중국어선 모양의 북한 경비정이 출동한 것은 21일 새벽 0시30분. 북한 어선의 신고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비정이 싸이렌을 울리며 출동하자 흥진호는 1시간 정도 도주하다 새벽 1시30분에 나포됐다.

남 선장은 북한 수역에 들어가 나포될 때까지 매일 한 차례 포항어업정보통신국에는 “한일중간수역에 있다”고 거짓 보고했다. 남 선장은 “불법조업 처벌이 두려워 해경이나 어업정보통신국에 사실대로 신고하지 않았고, 나포될 당시 북한 경비정이 충돌할 정도로 가까이 접근해 해경에 알릴 경황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해경은 흥진호가 북한에 나포되기 전까지 GPS플로터(해양 내비게이션) 전원을 끄지 않았다고 진술함에 따라 GPS플로터와 선박위치식별장치인 V-PASS, AIS 등을 압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분석을 의뢰했다. 흥진호는 출항 당시 AIS와 장ㆍ단거리 통신기를 모두 껐다.

포항해경은 이날 흥진호 남모(47) 선장을 수산업법 위반, 실소유자이자 전 선장인 고모(47)씨를 수산업법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입건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