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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손 되고 나니 이야기 넘치는 소대로 변해”

  • 입력 2017.10.11 00:00
  • 기자명 김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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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찰청 윤효상 부소대장

 

가위 들고 대원들 고민 상담

 

윤효상(왼쪽 두번째) 대구경찰청 의무경찰소대 부소대장이 대원들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머리카락을 깎아주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휴가때 소개팅 한다며? 이승기 스타일로 깎아 줄 테니 꼭 여자 친구 만들어라.”

대구경찰청 의무경찰소대에 무허가 가위손이 이발 하나로 대원들의 마음을 열고 있다. 2년 가까이 소대원 26명의 머리카락을 깎으면서 개인 생활습관을 꿰뚫고 있는 윤효상(39·경사) 부소대장은 고민과 애로사항 해결사도 자처하고 있다.

“대원들이 평소와 달리 이발할 때면 온갖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는 윤 부소대장은 “부모보다 대원들을 더 잘 안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한 대원은 이발을 하다 느닷없이 “헤어진 여자 친구 때문에 살기 싫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인생 선배로서 몇 차례 조언을 해 줬더니 소개팅을 통해 실연의 아픔을 극복했다.

그가 가위손이 된 것은 2015년 12월 의경소대로 배치받은 후다. 소대원 면담을 해 보니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운동을 같이 해도 큰 효과는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일부 소대원이 이발비가 아까워 머리카락을 자주 못 깎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윤 부소대장은 부임 4개월 만에 엄마 같은 형님으로 터를 잡았다. “대원들과 벽을 허문 후에는 자연스러운 일상을 사진과 영상으로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부모님들께 보내 드렸다”는 그는 “대원과 가족들의 만족도가 최고”라고 말했다.

전북 남원의 농가에서 1남7녀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가족의 정이 남달랐던 유년기처럼 대원들과 소통을 이어 가고 있다. 잠복근무하며 데이트를 하곤 했던 경찰관 아내도 그를 적극 지원하는 우군이다.

윤 부소대장은 “이발 가위 하나로 정이 넘치는 소대를 만들고 있다”며 “매일 저녁 대원들에게 명언을 읽어 주며 마음의 끈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윤효상 대구경찰청 의무경찰소대 부소대장이 이발을 통해 대원들의 벽을 허문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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