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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숭열 사진이야기] 대량복제시대의 사진

  • 입력 2017.10.06 00:00
  • 수정 2022.02.23 10:10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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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저서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사진의 작은 역사’는 매체에 대한 벤야민의 주요한 글들을 모은 책이다. 특히 '아우라'의 개념으로 잘 알려진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은 벤야민을 현대 매체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게 한 유명한 에세이다. 제목의 두 글은 새로운 현대의 기술이 어떻게 전통적인 예술개념을 전복시키며, 기술에 의해 지배되는 자연에 대한 충실한 모사로서의 영화에 주목하는지를 보여준다.

카메라 발명 초창기, 한 장의 사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은판에 감광제를 바르고 촬영하는 상을 맺히게 해야만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게르 타입(Daguerre type)의 은판사진은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아름다운 이미지였고 동판으로 마무리를 한 사진틀은 제작비가 비쌌기에 부유층의 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영국의 윌리엄 헨리 폭스 탈보트(William Henry Fox Talbot)에 의해 복제가 가능한 종이네거티브 필름(칼로타입, Calotype)이 발명되고 1900년대 코닥의 브라우니 카메라가 개발되었다. 코닥의 초기 슬로건 “You Press the button, We do the rest.(버튼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하겠습니다)”는 현재의 모든 디지털 카메라가 매체들의 슬로건으로 사용해도 과하지 않은 말이다.

사진이 발명되면서 예술계에선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을 예상했다.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화로 사진이 예술로서 꽃피우게 되었지만, 화가가 직접 그려야하는 회화와 달리 대량 복제할 수 있다는 사진의 특성은 과연 사진을 예술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현대에 와서 그러한 논란은 어도비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포토샵(Photoshop)’을 활용해서 만든 합성 사진에 대한 논란으로 진화하기도 했다. 사물을 복제 생산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사진술은 상품의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로 이어지는 자본주의 생산의 산물이다.

사진은 초창기 은판으로 촬영했다. 필름을 사용하지 않던 시절이기에 대량 복제는 어려웠지만 원본만의 고유한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은 휴대폰의 카메라 기능으로 전 세계 대부분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한다. 단점들이 많이 부각 되고 있지만, 사진의 대중화를 이끈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사진을 전업으로 하는 작가들의 설자리가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사진가들 스스로 사진의 영역을 확장해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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