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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음을 꾸짖지 않는다

이 가을, 고뇌에 찌든 당신 야부송으로 참지혜 찾을 지어라

  • 입력 2017.10.06 00:00
  • 수정 2017.10.06 16:53
  • 기자명 심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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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의 성지인 군위 인각사 주지 원학 스님이 ‘금강경 야부송’ 개정판을 냈다.
‘금강경’은 조계종이 근본경전으로 삼는 소의경전으로, 풀어쓰는 이에 따라 다양한 해설서가 나
왔다. 한국불교는 알려진 대로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 사상(四相)을 버리고, 끝내는 법상마
저 집착임을 알아차리는 공무(空無) 사상을 지향한다. 금강경은 조계종의 지향점을 가장 잘 강조
해 심혈을 기울이는 작업들이 면면히 이어져 왔다.
그동안 규봉의 찬요(纂要), 육조의 해의(解義), 부대사의 찬(讚), 종경의 제강(提綱), 함허득통의 설의(說誼)를 통해 금강경이 연구되고 보급됐다. 그중에서 야부의 송(頌)은 야부 스님이 금강경의 중추만을 선시(禪詩)로 풀어낸 것이다. 성철 스님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부처님은 어느 곳에 계시는고?’가 대표적이다.
원학 스님은 1996년 금강경 야부송을 처음 번역·출간한 이래 20년 만에 현대 신도들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풀어썼다. 사실 ‘금강경 야부송’ 번역은 해설자가 선시를 온전히 체화한 뒤 다시 풀어써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스님들은 기피하는 버전이다.
원학 스님은 14세에 붓을 잡아 자연스럽게 한시를 익혔다. 금강경을 공부하면서 그 안에 가득한 시적 요소에 푹 빠졌다. 특히 야부 스님의 송에 매료돼 1970년 범어사 강사로 있을 적엔 야부송만 별책으로 만들어 스님들에게 나눠주는 ‘야부송 전도사’를 자처했다. 번역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번 개정판 제목은 ‘금강경’ 제14분 ‘이상적멸분’ 이야기에서 길어 올렸다.
‘시녀들을 데리고 산림으로 사냥을 나온 가리왕이 잠시 낮잠을 자고 깨어났을 때 시녀들은 왕곁을 떠나 어느 숲에서 선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화가 난 가리왕이 그 선인의 살을 베고 찢어도 선인은 성을 내거나 원한을 품지 않았다. 부처님은 수보리에게 “수보리야 내가 옛날 가리왕에게 신체를 할절(割截)함이 되었었다. 내가 그때 아상도 없고 인상도 없었으며 중생상도 없고 수자상도 없었나니라. 왜냐하면 내가 옛날 마디마디 사지를 끊어낼 때에 만약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있었다면 응당히 진한(瞋恨)을 내었을 것이니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본 야부 스님은 ‘지불책우(智不責愚)’, 즉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음을 꾸짖지않네’라고 했다.
야부송은 한 마디로 ‘자기 깨달음을 표현한 선시’이다. 부처님과 수보리의 문답을 통해 깨달은 바를 가장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다. 야부 스님은 이렇게 110구의 착어와 송을 달았다. 야부 스님은 남송시대 인물로 속명은 적삼(狄三), 궁수로 있다가 발심해 출가했다고 전해진다. 생몰연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금강경에 붙인 착어와 송의 깊이가 남달라 예부터 선학을 공부하는 수행자들에게는 필수지침서가 되어 왔다.
이 책은 참지혜는 금강경의 공무사상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안내한다. 10월, 독서의 계절이 또다시 찾아왔다. 당면한 고뇌로 스트레스가 심한 당신, 집어 들기를 권한다. 참지혜가 당신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지니.
원학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조계사·봉은사 주지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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