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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훈이 만난 사람3군 사관학교 여성입학제한 빗장 푼 김상곤 부이사관
심지훈기자  s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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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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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 사관학교 禁女의 벽 허물자고 제안했더니 ‘그걸 아이디어라고 냈냐’며 동료들은 비아냥댔죠”


글·사진=심지훈 한국콘텐츠연구원 총괄에디터

문민정부 시절 얘기다. 김영삼(YS)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대통령직속 행정쇄신위원회를 꾸렸다. 위원은 차관급 전직공무원, 전문경영인, 언론인, 교수 등 20여 명으로 구성했다. 위원장은 총리 행정조정실장이 맡았다. 실무를 국무총리실이 이끈 것이다. 국무총리 아래에 행정쇄신실무위원회를, 중앙부처와 외청·시도에 행정쇄신작업반을 설치했다. 쇄신위는 1년 한시기구였지만 ‘끗발’이 대단했다. 민주투쟁의 승리로 들어선 문민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는 그만큼 컸다. 하나 그 새 물결의 파고 속에 올라 탄 서른넷 김상곤은 ‘지루한 내전(內戰)’을 치러야 했다. 단초는 쇄신위에서 자신이 직접 제안한 ‘육해공군 사관학교 여성입학 허용안’을 두고, 사무관급 선배들은 “꼴통” “허튼소리” “군대도 안 나온 놈이!”이라고 몰아붙인 것이다. 군사정권은 막을 내렸으되 그 아래에서 녹을 먹던, 타성에 젖은 이들은 여전히 건재했던 것이다. 건국 69주년 국군의 날을 보름 앞두고 만난 그는 “요즘도 흰 꽁지 꽂고 늠름하게 행진하는 여사관생도를 보면 울컥한다”고 말했다. 올 12월 퇴직을 앞둔 그는 현재 울산시청 감사관으로 재직 중이다. 

왜 3군 사관학교 여성 입학 제한을 풀자고 했나.
“당시는 걸프전이 끝날 시점이었다. 텔레비전에서 야간사격 때 미국 여성공군의 정밀타격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분석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여성차별, 기회제한 해소는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게 아니다.”
걸프전쟁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자국의 부채 탕감을 위해 쿠웨이트에 지원을 요청했다 거부당하자 1990년 8월 2일 쿠웨이트를 침공, 점령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듬해 1월 미국이 주도한 다국적군이 이라크 공격을 개시하며 시작됐다. 같은 해 4월 7일 이라크가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의 휴전 결의안 제687호를 수락, 다국적군의 승리로 종결됐다.

어떤 절차를 거쳤나.
“먼저 국민 제안, 타 부처 제안, 직원 제안 등 제안이 들어오면 법률 등 가능여부를 검토한 뒤 관계부처에 공문을 발송해 의견을 물었다. 안건이 위원회에 상정되면 관계부처는 방어를 할 수 있고, 우리는 그걸 설득하고 재반박하는 식이었다.”

국방부 반응은 어땠나.
“발칵 뒤집어졌다. 문민정부라고는 하지만 군사정권의 그림자가 아직 짙었을 때였다. 하지만 쇄신위도 파워가 막강했다. 국방부에서 ‘검토를 해 볼 테니 시간을 달라. 대신 비공개로 해 달라’고 통사정 해왔다.”

왜 뒤집혔다는 건가.
“당시만 해도 군대는 남성 고유 영역이란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니까.”

3군 사관학교의 반대도 엄청났겠다.
“엄청났지. 특히 해사는 한 마디로 씨알도 안 먹혔다. 죽어도 안 된다고 했으니까.”

반대 이유가 뭐였나.
“육사는 화장실이 없다, 사나이의 영역이라는 게 이유였다. 공사는 일선 소대장을 여군에게는 못 시킨다고 했다. 해사는 막무가내로 안 된다고 했다.”

쇄신위 내부 분위기는 어땠나.
“내부 분위기도 싸늘했다. 제안을 했더니 당장에 육사 출신의 차석 상관이 ‘김 선생, 자네 소대장 해봤어? 자네 방위 나왔지?’라며 비아냥댔다. ‘국방부를 감히 누가 건드리냐’는 말이 공공연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꼴통’이라고 뒤에서 수군대기도 했다.”

김 감사관은 3군 사관학교 여군 입교 허용과 관련 “요즘은 여성 업무를 여성가족부가 담당하지만 당시엔 정무 제2장관실에서 했다”며 “이복실 차관은 ‘우리는 절대 군을 못 이긴다’고 했다”가 자신의 안이 통과되자 “획기적인 일을 해냈다”고 치켜세웠다는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그런데도 왜 추진했나.
“글쎄, 지금 생각하면 눈치가 없었던 것 같다(하하). 7급 말단 주사보가 5급 말년 사무관한테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는 건 당시만 해도 감히 상상하기 어려웠다. 요즘도 그런 경우는 잘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상사들 비아냥거림 때문에 오기가 생겼던 것 같다.(웃음)”

우군은 없었나.
“옆 부서의 정진철 팀장이 힘을 실어줬다. (국방부에 의견을 묻는 공문을) 한 번 보내나 보라고 했다.

보냈더니 국방부가 발칵 뒤집힌 건가.
“국방부 입장에선 뭔가 크게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군사정부에서 문민정부로 세상이 확 바뀌었으니 긴장했던 거다.”

안(案)은 정확히 몇 년도에 쇄신위를 통과한 것인가.
“1994년 말에 제안해 1995년 하반기 쇄신위원회를 통과했다.”
우리나라 3군 사관학교 중 제일 먼저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한 곳은 공사(1997년)다. 이듬해 육사가 여사관생도 입교를 허락했고, ‘죽어도 안 된다’던 해사는 99년에야 빗장을 풀었다. 이후 2007년 여성 최초 전투조종사 (박지연·공사49기)가 탄생했고, 최근엔 여군 첫 함장(안희현·해사57기)이 배출됐다.

최근 여성징병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나는 대학생인 아들만 하나인데, 지금 군복무 중이다. 딸이었어도 군 입대를 권했을 것이다. 나는 요즘도 흰 꽁지를 꽂고 늠름하게 행진하는 여사관생도를 보면 울컥한다. 여성차별과 기회제한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공직자들이 사명을 갖고 노력해주길 바란다.”
최근 정부는 현재 10% 수준인 3군 사관학교의 여학생 선발비율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부문부터 여성의 진출기회를 넓혀 양성평등을 실현하고, 사회 전반에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매년 육사는 300여 명, 해사는 160여 명, 공사는 200여 명의 신입생을 뽑는데 이중 10%를 여성에게 할당하고 있다.

KTX울산역까지 배웅하는 그에게 물었다. “안이 쇄신위를 통과하니 육사 출신의 그 상관은 뭐라고 하던가요.” “아, 후에 술자리를 가졌는데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뭐, 웃고 말았죠. 기득권에 도전하려면 돈키호테 정신이 필요하죠. 그러고 보니 평생 시대와 불화만 하고 산 것 같네요.”
태풍 ‘탈림’ 영향으로 내린 가랑비가 그의 머리 위에 보슬보슬 내려앉았다. 그제야 그의 성근 흰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1987년 6•29선언 이후 들불처럼 번진 노동자 대투쟁 때 과격한 노동투쟁에 대해 상관을 설득, 직장폐쇄 조치를 내 준 당사자이기도 하다. 전국 최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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