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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사에세이] 아이젠 세대
심지훈기자  s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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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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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른 아침, 아주 오랜만에 한 지인과 통화했다. 이 지인과는 ‘참 오랜만에’하는 통화여도 어제 이야기를 나눈 것처럼 친근했다. 카카오스토리 친구여서 서로의 근황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통화는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접하는 서로의 근황은 드러나지 않은 그간 일들의 빙산의 일각이요, 시간의 공백을 메우기엔 태부족하다.

그 분과 통화에서 주된 얘기는 곧 태어날 우리 아이였다. 성별은 뭐냐부터 이름은 정했느냐, 아버지 될 준비는 잘 하고 있나, 아내한테 잘해 줘야 한다, 아이 키워 보면 힘들지만 보람된 일이 더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를 거다 등등.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뒤, 내가 걱정 투로 뱉은 말은 이랬다.
“제가 환갑이면 이 아이는 겨우 스무 살입니다. 아휴~.”
그 분은 기다렸다는 듯이 “100세 시대를 살아가면서 그런 마인드는 곤란하다”고 자못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 의학자들은 현재 나이 곱하기 0.7을 해야 100세 시대의 나이라고 주장한다”면서 “작가님 나이는 그렇게 따지면 28세밖에 안 됩니다”라고 신선한 해석을 들려줬다.
올해 환갑인 그 분은 이 말에 보태 “저는 그 기준에 따라 100세 시대를 준비한다”며 “환갑에 아이가 스무 살이라는 그런 나약한 생각일랑 버리고 건강하게 살면서 좋은 인연 오래 이어가자”고 했다. 통화를 끊고 가만 생각하니, 환갑인 그 분이 진취적이고 이제 갓 마흔인 내가 다 산 것 같아 설핏 치소(癡笑)가 흘러나왔다.
그것도 잠시, 석간신문을 펼쳤더니 또 한 번 “아휴~” 소리가 나왔다. 예비아빠는 이래저래 걱정투성이다. 온통 아이 걱정이다. 그런 뉴스만 보여서 아이 걱정인지, 아이 걱정 때문에 그런 뉴스만 보이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어떻게 키울까’ 무지 긴장되고, 걱정되는 건 ‘초보여서’ 어쩔 수 없나 보다. 이번 걱정은 ‘스마트폰 세대가 술·데이트 늦고 우울증·자살률 높다’는 기사로 드리웠다.
‘그래 스마트폰도 문제지. 이게 사실 제일 큰 문제야. 역시 심각하군.’
최근 샌디에이고 주립대 진 트웬지 심리학과 교수가 스마트폰 세대(아이젠<iGen·인터넷 제너레이션의 약어> 세대라고 명명됨), 그러니까 1995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나 스마트폰과 함께 사춘기를 보낸 세대를 연구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아이젠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술을 덜 마시고 ▶성관계와 운전을 늦게 배우는 경향이 있고 ▶잦은 SNS 사용으로 실제 인간관계에서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고3에 해당하는 미국 12학년생들의 경우 1970년대에서 2007년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어울리는 횟수가 주 2.7~2.9회였는데, 아이젠 세대는 2.3회로 떨어졌다.
이성 간 교제는 더 변화가 심했다. 미국의 아이젠 세대는 2015년 56%만 이성과 데이트를 했다. 이전 세대의 85%보다 무려 30%나 적은 것이다.
트웬지 교수는 “10대의 자살 비율이 높아진 것도 스마트폰이 크게 유행한 2011년 무렵부터”라며 “특히 1일 3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10대의 자살 위험률이 그렇지 않은 10대보다 35%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또 스마트폰을 이용해 SNS를 자주 사용할수록 우울감과 불면증이 심해졌다고 분석했다.(문화일보 2017.8.10일자 참고)

미국의 사례라고는 하나 우리 현실과 다를 게 뭐람. 걱정이 앞섰다. 걱정을 애써 떨쳐버리려 해도 쉽지 않은 건 “스마트폰 사주는 시기를 늦추고, 휴대전화를 사줘야한다면 스마트폰이 아닌 2G폰을 사주라”는 것이 트웬지 교수가 제시한 대책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는 곧 “응애응애” 고고성(呱呱聲)을 내며 이 세상 소풍을 시작할 것이다. 나라고 뾰족 수가 있을까. 그 소풍 즐겁게 열과 성을 다하는 수밖에. “힘들지만 보람된 일이 더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를 거라”는 연륜과 경륜을 갖춘 지인의 말씀이 금과옥조처럼 다가오는 10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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