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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경규의 행복이야기

  • 입력 2017.09.28 00:00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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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울을 볼 때마다 정말 행복합니다.”

K지점장의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은행에 근무했습니다. 금융에 대해선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경험을 했지요.

하지만 그에겐 심한 콤플렉스가 있었습니다. 뛰어난 능력, 언변과 달리 평소 자신의 얼굴이 매력적이지 않고 마음에도 들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 그가 거울을 볼 때마다 엄지를 치켜세우며 “멋진 녀석!”이라고 외쳤습니다.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그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지난해 말 회사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어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어느 날,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음식물이 입가로 흘러내렸지요. 식당주인이 놀라기에 거울을 봤더니 얼굴 한쪽 면이 화산의 용암처럼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괴물이 따로 없었지요. 뇌경색이 찾아온 거였습니다. 급하게 입원해 수술을 했습니다. 처음 거울을 봤을 때 충격을 받았어요. 이 얼굴로는 도저히 살 자신이 없어 아파트에서 뛰어내릴 생각도 여러 번 했습니다. 하지만 몇 번의 수술 이후 어느 정도 예전 모습을 찾게 됐습니다.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그렇다.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힘든 일이 닥칠 때 비로소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행복에 대해 강의할 때 “행복은 즐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의 참다운 가치를 느끼면서 흐뭇한 감정을 가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행복을 각자의 방식대로 해석하고 쉽게 정의를 내리곤 한다.

어떨 때 행복하냐고 물으면 다양한 대답이 돌아온다. 사랑하는 사람과 해외여행을 갈 때, 더 큰 집으로 이사하게 될 때….

물론 기분 좋고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자신이 해외여행을 갈 형편이 못돼 국내여행을 하거나, 원하는 크기의 집으로 이사하지 못한다면 불행한 것일까.

아니다. 행복은 해외여행을 위해 비행기를 탈 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떠나는 순간 시작되는 것이다. 큰 평수의 집에서 혼자 외로움을 느끼며 마시는 위스키 한잔보다 지금 우리가 지내고 있는 집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더 달콤할 수 있다.

누구나 행복을 가지고 있다. 날마다 어떤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는 당장 행복해 질 수 있다. K지점장이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야, 너 정말 잘 생겼다”라고 말하고 웃으며 출근하는 것처럼 말이다. 비록 부족하지만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 행복은 깊어가는 가을날 떨어지는 낙엽만큼 아름답게 우리의 마음을 채울 것이다.

최경규 ‘최경규의 행복학교’ 교장

최경규의 행복학교 최경규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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