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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시티 대구가 이래서야…

  • 입력 2017.07.26 00:00
  • 기자명 김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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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상당수 병원들 외국인 환자 진료 전 ‘보증금’ 요구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 노래부르는 대구 의료정책과 엇박자

응급실은 찾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보증금 50만원을 요구하며 치료를 거부, 비난을 받고 있는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전경.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응급실의 문이 굳게 닫혀있다. k-jeahyun@hankookilbo.com

지난달 9일 오전 10시30분 베트남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 안불라(24)씨는 왼쪽 눈이 흐려지고 통증이 느껴져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하지만 병원 측은 “보증금으로 선금 50만원을 즉시 내지 않으면 진료를 할 수 없다”며 “귀가할 때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현금이 없었던 그는 인근 약국에서 진통제를 복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 시민은 “당장 수술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의사에게 진료도 받기 전부터 보증금 운운하는 것은 외국인을 돈 떼먹는 범죄자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며 “대구가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에 대해 의료차별 행위를 하면서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메디시티’를 표방하는 대구지역 일부 의료기관이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에게 진료도 하기 전 ‘보증금’이나 ‘보증인’ 타령부터 늘어놓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외국인들은 직장과 지역의료보험 등에 가입할 수 있지만 외국인 등록증이 없거나 보험료가 부담스러워 의료분야에서는 여전히 벽이 높기만 하다.

특히 안불라씨는 지난해 5월 경북대병원에서 9시간이나 왼쪽 눈 부위의 종양 제거수술을 받고, 수술비 1,500만원이나 납부한 터여서 이날 보증금 요구는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인도네시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크레이(25)씨도 위암 판정을 받고 대구가톨릭대병원을 찾았으나 수술비 선납을 요구하는 병원 측에 할 말을 잃었다. 크레이씨는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진료비 지원제도가 있다”는 대구이주노동자지원센터의 귀띔을 듣고서야 10일 후 대구파티마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크레이씨는 “대구가톨릭대병원이 수술비를 내지 못할 경우 다른 병원에서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만 했어도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권 대학에 따르면 외국 유학생의 경우 정식으로 입학했을 경우 의무적으로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1년 정도 머무르는 교환학생은 대부분이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교환학생은 월 10만원 정도의 건강보험이나 월 20만원을 내면 하루 25만원까지 보장받는 학교보험을 선택할 수 있지만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가입을 꺼리는 것이다.

올 3월 중순 한 대학교 교정에서 미끄러져 왼쪽 다리뼈에 금이 간 스리랑카 유학생 루안(28)씨는 대구 달서구 한 작은 정형외과를 찾았으나 ‘보증금’부터 요구받아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그는 며칠 후 한국인 친구를 보증인으로 세운 후에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에대해 병원 측은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외국인 환자가 치료비를 내지 않거나 도망갈 경우 병원이 전액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외국인인권센터 관계자는 “메디시티라고 자부하는 대구에서 진료를 받기도 전에 보증금이나 보증인을 요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외국인이 보증금이 없더라도 진료를 받을 수 있거나 의료비 부담이 적은 의료기관을 소개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대학병원이 응급환자에게 보증금이 없다는 이유로 진료조차 하지 않으면서 ‘대구의 병원은 외국인 의료사각지대’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의료기관이 보증금이나 보증인을 요구하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현재 대구에는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외국인이라도 대구의료원과 성심복지병원 등을 방문하면 일정 범위 내에서 진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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