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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만점 4명 배출 경신고, 자사고 포기… 왜?

  • 입력 2017.07.25 00:00
  • 기자명 정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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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학년도 대거 미달사태 직격탄

 

내년부터 ‘국영수+한국사 50% 이하’ 적용

 

수능 등급제 등 대입환경 변화 영향

 

연간 3억 원 재단전입금 마련도 부담된 듯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 호텔 앞에서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 회원들이 자사고ㆍ외고 등의 일반고 전환을 전국의 교육감들에게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대구의 8학군이라는 말이 나오는 대구 수성구. 2015학년도 수능만점자 4명을 배출하는 등 ‘수성학군’의 선두격인 대구 경신고가 자율형사립고 전환 8년 만에 일반고 전환을 기정사실화하고 나서자 그 배경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년 전 일반고 전환 추진 때는 재학생 학부모들의 반발과 대구시교육청의 만류로 한발 물러섰지만, 이번에는 폐지 방침이 워낙 강경해 귀추가 주목된다. 학교 인근 아파트값도 한달 새 호가가 5,000만~1억 원 오르는 등 일반고 전환을 대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구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경신고는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어 일반고 전환을 의결한 데 이어 25일자로 시교육청에 자사고 지정 취소 협의를 신청했다. 시교육청은 부서 의견수렴 후 ‘자율학교 등 지정 운영위원회’를 열어 일반고 전환 여부를 심의하게 된다. 운영위원 과반이 동의하면 교육부 심의 청문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대구시교육청은 이번에도 일반고 전환을 만류하는 분위기지만 2년 전과 상황이 다르다는 게 지역 교육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2년 전엔 자사고 유지를 위해 매년 3억 원 가량의 재단전입금 확보가 관건이었지만, 이번엔 교육과정과 대입제도 변경으로 신입생 모집 자체가 극도로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2017학년도 고교입시에서 경신고 입학경쟁률은 0.71대 1에 불과했다. 사회적배려대상자(입학정원의 20%)를 제외한 일반전형도 0.82대 1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7월 현재 경신고 1학년 재학생은 인가정원(420명)의 72%인 304명에 불과하다. 신입생이 급감함에 따라 경신고는 1학년 학급 수도 12학급에서 10학급으로 2학급이나 줄였고, 교사 4명을 명예퇴직 형식으로 ‘구조조정’해야만 했다.

2학년은 377명, 3학년 383명으로 1학년 보다는 많지만 인가인원에는 크게 못 미친다. 내신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1년에 1학급 가량이 일반고로 전학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년 신입생 모집은 더욱 나빠질 전망이다. 우선 대구지역 중3 수가 올해보다 5,000명 가량 줄게 되고, 무엇보다 국영수 편성 비율을 크게 줄여야 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기 때문이다.

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경신고 등 자사고는 대입 반영 비중이 큰 국어 영어 수학이 전체 수업시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국영수와 한국사를 합쳐 일반고는 물론 자사고도 50%를 넘을 수 없게 된다. 일반고와 자사고의 차별성이 사라지는 셈이다. 중3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자사고가 면학분위기는 일반고에 비해 훨씬 좋은 것을 사실이지만, 사실 3배나 되는 돈을 내고 보낼만한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일반고에 진학시켜 자사고에 더 낼 등록금으로 학원 하나 더 보내는 게 대입에 유리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또 대학들이 정시보다는 수시선발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데다 현재 정부에서 논의중인 수능 절대평가제가 도입되면 우수학생이 상대적으로 많은 자사고는 더욱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도 자사고 유지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병갑 경신고 교장은 “이대로 가면 내년 입시에선 미달이 더욱 늘어나고, 추가 학급감축과 교원 명퇴 등 아픔이 가중될 것”이라며 일반고 전환의 불가피성을 피력했다. 2011학년도 일반고에서 자사고 전환 당시 학년당 학급수를 15학급에서 12학급으로 감축했고, 이 때문에 20명 가까운 교원이 명퇴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경신고의 자사고 포기 배경에는 다른 시도에 비해 인구대비 자사고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역 광역단위 모집 자사고는 경신을 비롯, 경일여고 계성고 대건고 모두 4개교나 된다. 2016학년도 기준 중3 학생 수가 대구(2만5,062명)보다 훨씬 많은 부산(3만219명)은 해운대고 단 1개교뿐이다. 절반 가량인 울산(1만865명)은 성신고 1개교가 있었으나 최근 일반고 전환을 확정했다. 중3 수가 11만6,499명으로 대구의 5배에 육박하는 경기는 안산동산고 1곳뿐이다. 전국의 광역단위 자사고는 36개로, 이 중 서울에 22개교가 있고 울산 성신고에 이어 경신고마저 일반고로 전환하면 34개교로 줄게 된다.

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자사고는 정부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설립 목적에 따라 자율적인 교과과정을 편성하는 등 ‘자율’이 주어졌지만, 실제로는 우수학생을 선점해 국영수 중심으로 운영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대입에 이점이 없거나 줄어든다면 많은 등록금을 내야 하는 자사고를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는 만큼 정부가 강압적으로 대구에서 4개나 되는 자사고가 계속 유지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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