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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공원 동물가족 여름나기 ‘빨간불’

  • 입력 2017.07.10 00:00
  • 기자명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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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스트레스 상처에다 무더위 악취까지

대구 달성공원 전경.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뒷다리를 다친 새끼 얼룩말이 상처를 드러낸 채 잠을 자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남아메리카 물개 ‘대한’, ‘민국’, ‘삼식’이가 있는 물개사에는 어른 발목 정도로 물 깊이가 낮다. 달성공원 측은 물이 더러워지기 쉬운 여름철을 맞아 2주에 한번 갈던 물을 5일에 1번으로 자주 갈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여우사의 여우 눈 밑이 붉다. 달성공원 측은 야생동물이 함께 지내는 동물원 특성상 입을 수 있는 작은 상처라 설명했다. 여우의 듬성듬성 빠진 털은 털갈이 기간이라 빠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닫힌 문을 향해 왔다갔다하는 같은 행동을 수십번 반복하는 코끼리. 스트레스 등을 받아 나타나는 정형행동이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6일 오후 대구 중구 달성공원 동물원. 한껏 달궈진 사육장은 바람이 불 때마다 비릿한 악취를 뿜어냈고, 동물들도 더위에다 관리소홀로 스트레스, 상처 등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었다.

유치경쟁 과열, 민간자본 유치 실패 등으로 10년 넘게 표류했던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이 대구대공원 이전 계획발표와 함께 급물살을 타고 있으나 정작 동물관리는 뒷전이어서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사슴사에는 새끼 얼룩말이 뒷다리에 패인 상처를 그대로 드러낸 채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고, 곰은 제 자리를 몇 십 바퀴나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오징어와 꽁치 등을 먹으며 수영을 즐긴다’는 안내판이 무색하게 남아메리카 물개 ‘대한’과 ‘민국’, ‘삼식’이는 물 높이가 어른 발목에 불과한 물개사에 덩그러니 누워있었다. 한 관람객은 “나도 저 곳에서는 수영을 못하겠는데, 물개가 어떻게 물놀이를 하겠나”며 “햇볕에 데워진 물에서는 놀지도 못하겠다”고 혀를 찼다.

이날 동물원의 코끼리들도 닫힌 문을 향해 왔다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동물들이 아프거나 병들었을 때 보이는 전형적인 패턴이었다. 호랑이사에는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뛰어 놀 수 있는 물웅덩이는 텅 비어 있었다. 여우도 눈 밑이 빨개진 채 맥없이 누워있었다. 사육사는 “관리사무소에 물어보라”며 자리를 떴다.

달성공원 동물원 관리소홀 문제는 지난달 하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올라왔다. 제보자는 ‘곰 호랑이 사자 얼룩말 코끼리 등이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바짝 마르고 가죽만 남아있다’며 아픈 듯 끊기는 울음소리를 내는 사자,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호랑이, 코끼리 동영상을 첨부했다. 해당 글은 1,300여 댓글, 동영상 재생 4만회를 넘어섰다. 이곳에는 ‘달성공원 방문 시 같은 느낌을 받았다’, ‘2000년 4월 공원 입장 무료화 이후 관리가 소홀해졌다’는 등 비난 댓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달성공원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AI 방역을 위해 가금사, 공작사 등 조류사의 관람을 차단하고 있다. 또 여름 털갈이 중이어서 말라보일 뿐 동물 건강에 큰 이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달성공원 관계자는 “잠깐 사이에도 상처를 입을 수 있는 동물 특성상 모두 제대로 관리하기는 힘들다”며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으나 달성공원 특성상 시설환경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2022년까지 공영개발 방식으로 달성공원 동물원을 수성구 구름골지구 대구대공원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5월에 발표했다. 테마공원, 산림레포츠시설 조성 등을 통해 동물원을 기존 2만㎡보다 6배 정도 큰 규모로 짓겠다는 계획이지만 정작 현재 동물원 관리가 더 소홀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람객 김모(62ㆍ달서구 두류동)씨는 “대구 도심 동물원인 달성공원의 동물 서식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데, 이전 결정이 나면 더 관리를 소홀히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대형 놀이공원의 사파리 수준은 아니더라도 대구시가 관리하는 동물원이 일정 수준은 넘겨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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