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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옥상 공원, 담쟁이는 장식용이 아닙니다

  • 입력 2017.07.03 00:00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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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산람청이 주최하고 한국숲유치원협회가 주관한 국제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독일, 중국, 일본, 한국의 유명 전문가 7명이 오늘날의 환경문제, 특히 미세먼지 등의 문제를 숲활동에서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를 발표하고 700여명의 참가자들과 토론하면서 다양하게 모색하였습니다.

독일에서 온 미크리츠(Ingrid Miklitz) 선생님은 담소 중에 재미있는 주장을 한 가지 하였습니다. 사람이 만일 건물을 하나 세운다면, 그 건물이 차지한 자리만큼의 땅을 뺏는다는 거지요. 땅은 푸를 권리가 있는데, 그 푸를 자리에 땅이 원하지도 않는 건물이 들어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건물에 그 땅의 자리만큼 푸르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방법은 그 건물의 옥상에 푸른 뜰을 만들어준다거나 그 건물의 벽 둘레를 푸르게 해주기 위해서 담쟁이 등의 벽을 타고 오르는 식물을 심어주어야 한다더군요.저는 발표자들과 함께 그날의 심포지엄과 그 다음날의 숲워크샵과 식사를 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숲교육에서 간과하고 있는 몇 가지의 문제를 발견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옥상 뜰이나 담쟁이 벽 처리를 하는 경우를 두고 특별하게 건물에 멋을 낸다고들 생각하지만, 그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도시의 녹색화를 위해서나 미세먼지를 처리하기 위해서나 지구 생명체들의 살아갈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당연히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더군요. 미크리츠 선생님이 자기 의견을 말하는 중에 ‘왜 한국은 많은 건물들이 유리로 되어 있는지’를 무척 궁금해 하였습니다. 과연 미래의 환경을 내다보고 지었는지를 묻는데, 저도 잘 몰라서 대답을 못했습니다. 미크리츠 선생님은 높은 빌딩이 아니더라도 우리 개인들은 자신의 집이나 자신의 작은 공간에도 푸르게 할 의무가 있으며, 그래야만 오늘날의 환경문제를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의 우치다(Koichi Uchida) 선생님은 숲워크샵에서 숲 프로그램 하나하나에 생태정신을 불어넣어주셨습니다. 열매를 따먹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숲 활동의 뿌리 정신을 모색하는 경이롭고 아름다운 감동을 준 워크샵이었습니다. 옛날 옛적에 이 우주가 생긴 이유와 그 우주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모색해 볼 때, 숲 활동뿐만이 아니라 모든 생활에서 우리는 예사롭게 살아갈 수는 없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나’의 범위에서 좀 더 멀리 바라다보면 ‘우리’가 있고, 더 멀리 횡적・종적으로 바라다보면 ‘우주’가 한 공동체가 되어 살아가야한다는 인식을 자연적으로 가지게 될 겁니다.

몇 년 전, 일본의 한 작은 마을에 갔을 때 집집의 담 벽마다 담쟁이 종류가 빼곡히 올라가 있고, 손바닥 하나가 놓일만한 흙 공간에도 작은 꽃이 심겨져 있는 정경을 보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유럽의 마을에도 가보면 집집마다 베란다에 식물을 키우는 덕에 길을 걷는 사람들은 건물의 적나라한 모습보다는 꽃과 풀과 나무를 보게 됩니다. 사람과 건물이 식물들 덕에 멋지게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넉넉한 비전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에서 해주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우리 손으로 각자 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각자의 집과 사무실과 동네를 푸르고 아름답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깨끗하게 아름답게 만드는 쉽지만 소중한 작업입니다.

김정화 한국숲치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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