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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사진 찍으러 갈 땐, 쓰레기 줍기 위한 장비 챙겨요”

  • 입력 2017.07.02 00:00
  • 기자명 김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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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사진작가 김태구씨

17년간 환경지킴이 자처

“사람 동물 상생하는 지혜 모아야”

 

경북 포항 형산강 지킴이로 나선 새 전문 사진작가 김태구(50)씨가 포항 북구 대신동 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형산강에 서식하는 다양한 새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조류사진작가 김태구(50)씨. 경북 포항과 경주시민의 젖줄 형산강를 찾는 새를 전문적으로 찍어온 그는 요즘 출사를 나설 때 카메라와 함께 집게와 포대를 챙기는 것을 잊지 않는다.

17년 전부터 형산강을 주 무대로 새 사진을 찍는 김씨가 포항지역 환경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새가 사라지는 것은 사람이 살 곳도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형산강은 울산 울주군에서 발원, 경북 경주시와 포항시를 거쳐 동해로 흘러 드는 길이 61.95㎞의 강이다.한 마리의 새라도 더 날아오길 기원하며 오늘도 그는 형산강에서 셔터를 누르며 쓰레기를 줍고 있다.

김씨는 “14, 15년 전 대대적인 하천 정비로 사라진 모래톱이 새로 생기나 싶었는데 또다시 난개발로 파괴되는 것을 보고 가만있을 수 없었다”며 “특강과 전시회를 통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인간과 자연, 동식물이 공존하는 방안을 찾고 싶다”고 피력했다.

본업이 냉각탑 기술자인 그는 2000년 포항 철강공단에서 정착하면서 취미로 형산강의 풍광을 렌즈에 담기 시작했다. 새에 매료돼 본업을 제쳐 두고 새 사진 찍기에 빠졌다. 매일같이 해뜨기 전부터 형산강으로 달려갔고, 조류 관련 서적 구입비로 1,000만원 넘게 지출했다. 그는 “형산강이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망가졌지만 아직도 국내에 얼마 남지 않은 새들의 천국”이라며 “새 먹이가 풍부해 다양한 종을 인간이 가까이서 찍을 수 있는 조류촬영의 명소로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서울 인사동 등 전국 각지에서 50여차례의 조류사진전을 열어 환경의 소중함을 설파했다. 자신의 호를 딴 인터넷홈페이지 ‘대서천닷컴( www.daeseocheon.com )’을 통해 자연의 경이로운 장면은 공유한다. 동시에 출사에 나설 때마다 쓰레기를 줍고, 새들에게 치명적인 납추를 수십 ㎏씩 주워온다. 낚시꾼들이 버린 납추는 중금속 오염을 유발하고, 새 목에 걸려 생명을 위협하는 오염물이다. 김씨는 “일처다부제로 유명한 천연기념물 제449호인 호사도요라는 새가 예전에는 형산강에 종종 출몰했는데 최근에는 흔적조차 없다”며 “한때 형산강에 최대 8만마리나 날아들던 새가 요즘은 1만마리로 준 것도 무분별한 개발행위 탓”이라며 난개발의 폐해를 지적했다.

형산강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그는 최근 포항환경운동연합에서 ‘형산강의 새 이야기’ 특강을 열었고, 앙코르 특강도 준비 중이다. “강은 인간의 독점물이 아니다. 개발은 무조건 안 된다는 게 아니다. 사람과 동식물이 상생하는 지혜를 모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공멸한다.”

포항= 글 사진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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