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기고] 하늘의 일, 그리고 사람의 일

  • 입력 2017.06.20 00:00
  • 수정 2022.02.23 10:10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논밭이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심어놓은 벼가 말라서 모내기를 새로 해야 할 지경인 지역도 있습니다.

가뭄을 두고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지만 가뭄이 최근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온실 가스가 전혀 없었던 왕조 시대에도 가뭄으로 고통 받은 기록이 많습니다. 물을 모아두고 분배하는 일을 잘 한 사람이 왕의 자리에 오른 것도, 충분하지 못하거나 모자라는 물 때문에 일어난 현상일 것입니다.6월 내내 가뭄이 지속되고 7월도 충분한 비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있는 상황이라 암담하게 느껴집니다. 어느 자리에선가 “진작에 가물 줄 알았더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을 모아두었을 텐데, 예상 밖에 닥친 가뭄이라 원망밖에 안 나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자리에 앉은 이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늘의 일이 있고 사람의 일이 있습니다. 비가 내리고 안 내리는 건 하늘에 달렸습니다. 넘치고 모자라는 비를 관리하고 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인간의 일입니다.

저는 지방자치가 뜻밖의 재난에 대비하는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 꽃이자, 풀 뿌리 민주주의’라고 부릅니다. 지역에 밀착해서 가장 요긴한 사안과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 자치정부와 의회의 일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저 ‘뿌리’라는 말은 너무 좋아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은 땅 속에 묻힌 뿌리와 같습니다. 중앙과 수도권의 소식은 곧잘 전파를 타고 알려지지만, 지역의 소식과 민심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습니다. 깊은 사정은 잘 모릅니다. 그러므로 대책도 성기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직면한 가뭄에 관해서도 위에선 모르는 일들이 많습니다. 발품을 팔지 않으면, 직접 가서 보고 듣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자세히 들여다보고 살펴야 합니다. 나무가 지탱하는 이치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나무는 잔뿌리가 중요합니다. 잔뿌리는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가늘지만, 잔뿌리가 살아 있어야 굵은 뿌리와 나무가 지탱하는 자양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의원들의 한 걸음이 한 걸음이 지역에 잔뿌리를 내리는 일입니다. 잔뿌리를 뻗어 사정을 살피고 대책을 궁리하는 것, 이것이 사람이 하는 일의 핵심입니다. 마음으로야 천 번 만 번 하늘을 쥐어짜서라도 비를 내리게 하고 싶지만 그건 그야말로 불가항력입니다. 땅에서 해법을 찾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 의원들이 비가 안 되면 땀을 쏟아서라도 땅을 적신다는 각오로 뛰는 이유입니다.

바로 이런 때를 위해서 군의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우리 스스로 절감하고 있습니다. 하늘이 하늘의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우리는 사람의 일에 매진하고자 합니다. 이슬 한 방울이라도 아쉬운 농심을 그대로 우리 의원들에게 전해주십시오. 고심 끝에 짜낸 묘안이라면 아무리 작은 것들이라도 만고의 진실처럼 듣고 받들겠습니다. 가뭄이 가시기 전까지 의원들 모두 한 마음으로 똘똘 뭉쳐서 타들어 가는 땅에 한 모금의 물이라도 더 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영호 군위군의회 의장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