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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0년 만에 알게 된 어머니가 주신 관음죽의 비밀

  • 입력 2017.06.05 00:00
  • 수정 2017.06.09 16:32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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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자나 깨나 미세먼지 걱정입니다. 혼자 고민해서 될 일도 아니고 온 나라가 걱정하고 온 지구촌이 걱정해야 될 문제입니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벨기에의 베르부르겐 교수를 중심으로 멤브레인을 이용하여 공기를 맑은 공기와 더러운 공기로 분리하고, 그 더러운 공기 중 일부를 사용해서 수소가스를 만들어낸다고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당장 도움을 받기에는 요원하다고 봅니다.쉼 없이 쉬어야 할 숨을 마음껏 못 쉬자니,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로 다가올 지경입니다. 특히 갓 태어난 아기들과 무럭무럭 자라야 할 아이들에게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입니다. ‘조용한 살인자’라고 말하는 미세먼지를 마시게 되면 천식이며 아토피며 심장병이나 당뇨병까지 초래한다니 이만저만 걱정이 아닙니다.

다행히 보다 쉬운 해결책이 있습니다. 미국의 NASA가 일찌감치 실험을 통해서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습도와 온도를 조절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함으로써 공기를 정화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또한 식물이 직접 발산하는 화학물질인 피토케미칼은 항균작용뿐만 아니라 심신을 안정시키는 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반가운 정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김광진 연구원은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연 상태와 가까운 약 700개의 음이온이 필요한데 정작 우리의 실내는 30~70개 밖에 없다”며 실내에서 공기정화식물을 상용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김 연구원는 “공기정화식물은 종류에 따라 탁월한 기능이 다르므로 각각의 기능을 적절히 활용하면 더욱 더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가령, 벤자민은 실외 대기오염물질인 아황산이나 아질산을 제거하는 기능이 우수하며, 팔손이는 미세먼지와 매연을 제거하는 음이온을 대량 방출할 뿐만 아니라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페인트나 벽지와 새가구 등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를 제거하는 효과도 우수하다고 하는군요.

호접란은 유해화학물질인 자일렌을 제거하면서, 특히 밤에 동화작용이 활발해 산소를 많이 배출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군요. 그리고, 스킨답서스는 요리할 때 많이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이산화 질소 등을 제거하고 음식냄새를 없애준다고 합니다. 관음죽은 냄새, 특히 화장실의 암모니아 가스 제거능력이 우수한 식물이며, 아레카야자는 전자제품과 가구가 많은 실내에서 많이 발생하는 포름알데히드나 벤젠 등의 휘발성 유해물질과 각종 냄새를 제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들은 마음껏 숲 활동도 못하고 어른들은 바깥에도 제대로 못 다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많은 식물들에게 큰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니, 어쩌면 우리는 식물보다 더 나을 바가 없는 존재이다 싶습니다.

제가 시집올 때 친정어머니가 ‘악을 내쫓는 나무’라고 하면서 한 뼘 크기의 작은 관음죽 뿌리를 하나 주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주셨기 때문에 절대로 죽이면 안 된다는 부담을 안고서 일요일마다 물을 주면서 40여 년의 세월을 함께 살아왔습니다. 어느덧 우리 집 아파트의 베란다는 관음죽 숲이 되었습니다. 예쁜 꽃이 피는 것도 아니고, 나뭇잎의 색깔도 너무 짙푸르고 뿌리도 거칠고 강해서 매력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봄철마다 여기저기 불쑥불쑥 돋아나기에 번식을 왜 이렇게 잘하느냐고 구박까지 했습니다. 관음죽의 효능을 알고부터는 저희 집의 숲이 되어준 관음죽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마운 마음도 드네요. 말없이 우리 곁에서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나무들에게 좀 더 겸손해져야겠다 싶습니다

김 정 화 한국숲유치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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