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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잎새버섯연구소 윤상철 대표

  • 입력 2017.03.20 00:00
  • 수정 2017.03.21 14:26
  • 기자명 심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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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철 대표

“잎새버섯을 아시나요?” 대구 달성군 옥포면 ‘윤상철잎새버섯연구소’의 윤상철(54) 대표는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암 판정을 받은 사람에게 자신이 만든 잎새버섯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잎새버섯에 함유된 베타글루칸 성분은 탈모, 통증, 구역질 등 항암제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어 미국식약청(FDA)은 항암보조제로 인정하고 있다.

윤 대표가 대량재배가 어려워 몇 백만원에 달하는 잎새버섯 가공제품을 형편이 딱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1990년대 초 부모를 모두 암으로 잃었다. 아버지는 위암 말기, 어머니는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암 선고를 받은 지 4개월 만이었다. 그는 “아버지,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짜 괴로웠던 건 자식으로서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진주의 버섯연구가로부터 미국 식약청이 잎새버섯의 효능을 인정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잎새버섯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야생 송이버섯을 재배하던 그는 재배품목을 잎새버섯으로 바꿨다. 잎새버섯 재배법을 배우고, 종균을 구입해 왔다. 그런데 잎새버섯은 귀한 값을 톡톡히 했다. 첫 해 2만병 중 수매율이 10%도 안 됐던 것이다. 잎새버섯은 유독 균에 잘 감염됐다.

지인들은 재배도 어렵고, 대량생산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 만큼의 수요가 없다며 그를 극구 말렸다. 하지만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대로 포기하는 것이 왠지 부모님을 욕되게 하는 것 같았다. 재배라도 성공하고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수매율은 들쭉날쭉했지만, 다행히 점차 나아졌다. 그러는 사이 잎새버섯이 암 환자에게 좋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그를 찾아오는 이들이 늘었다. 대부분 병원에서도 손을 놓은 말기 암환자와 가족이었다. 2005년부터는 수요를 맞추지 못할 만큼 잎새버섯에 대한 세간의 믿음이 강해졌다. 그는 이제는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영남대 산학협력단이 보유한 잎새버섯 관련 특허를 이전 받았다. 그리고 2년 뒤인 2010년 10월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잎새버섯 입문 12년만이었다.

“잎새버섯을 ‘춤 버섯’이라고도 합니다. 강원도 일대에서 잎새버섯을 발견하면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덩실덩실 춤을 췄다는 데서 나온 이름이죠. 얼마나 귀했던지 고을수령이 잎새버섯 무게만큼 금으로 바꿔줬다고 하니까요. 저도 대량생산에 성공한 날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그는 버섯 대량생산에 성공한 후 원칙 하나를 세웠다. 돈벌이에만 매달리지 않고 생명을 살리는데 주력하겠다는 것. 물량이 달려 제때 공급하지 못하는 애로는 해결됐지만, 여전히 가격이 비싸 사정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언감생심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구에서만 14명이 혜택을 봤다.

윤 대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찾아오는 초췌한 환자들을 보면 옛 어머니 얼굴이 떠올라 정성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앞으로 말기 암환자들을 위한 요양소를 만들어 많은 환자들이 완쾌해 퇴소하는 날 그들과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겠다”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심지훈 기자 s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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