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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이들에게는 한국형 숲유치원 교육을

  • 입력 2017.03.09 00:00
  • 수정 2017.03.10 17:50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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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화 수성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한국숲유치원협회장

숲 활동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공부를 시작한지 15년이 넘었습니다. 일찍 숲 공부를 시작한 바람에 한국숲유치원협회의 회장직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의 마지막 학기를 마치고 정년퇴직을 한 뒤에는 조그만 텃밭에서 풀과 함께 놀고 싶었는데,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크고 작은 일들이 저와 회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집니다.
저는 숲유치원교육 활동을 하면서 늘 궁금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적인 숲 교육이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숲 교육은 덴마크에서 시작해 독일, 일본, 캐나다, 미국 등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습니다. 이후 산림청과 지방자치제의 지원으로 한국숲유치원협회가 결성되었고, 오늘날까지의 교육 패러다임에 큰 변화를 일으켜왔습니다.
그런데, 외국의 숲 교육을 무작정 수용해도 되는 일인지, 외국의 숲 교육 철학이 한국의 아이들에게 아무런 필터 없이 적용될 수 있는지, 한국의 기후풍토와 자연환경과 숲의 조건에 외국의 교육을 생각 없이 받아들여도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성급한 한국의 교사나 학부모들은 외국의 숲 프로그램을 검증도 없이 아이들한테 마구 제공하였습니다. 조심성 없이 성급하게 아이교육에 투입하였다가 나중에 부작용이 생기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한 적도 많았습니다.
예컨대, 몇 해 전 한국숲유치원협회에서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는데, 그때 독일에서 한 숲선생님이 와서 나무에다 밧줄을 엮어는 놀이를 즐기는 밧줄놀이를 선보였습니다. 밧줄놀이는 곧장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때부터 한국에서는 밧줄놀이 강좌가 끊임없이 열렸고, 교사들은 숲에 갈 때마다 밧줄을 가져가서 여기저기 서있는 나무들을 밧줄로 엮어 아이들이 신나게 밧줄놀이를 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나무들은 밧줄에 시달려서 껍질이 벗겨지고 깊은 상처가 생기면서 병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나무의 종류에 따라 밧줄놀이를 감당할 수 있는 나무가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나무도 있는 겁니다. 우리는 깊은 생각 없이 밧줄놀이에 덤벼들었다가 애꿎은 나무들을 못살게 군 것입니다.
아이들의 교육이 숲에서 이루어질 때의 놀랄만한 효과는 이미 논리적으로도 검증되고 있지만, 우리 한국 아이들의 심성 및 정신성을 더욱 빛내고 한국의 교육환경 및 생활문화에서 충분히 자연스럽게 확산될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연구하고 검증하면서 발달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미 한국숲유치원협회 내에 있는 숲연구소에서 연구위원회를 구성해 수년 째 한국형 숲유치원 모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본성과 한국에 뿌리내린 교육정서, 문화풍토를 고려한 프로그램 개발로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숲에서 마음껏 뛰어 놀면서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는 옛적부터 산에서 놀면서 지혜를 얻었고, 산에 밀착한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전래동요만 보더라도 산에 있는 각 동물들이 노래에 등장합니다. ‘꿩꿩 장서방’, ‘부엉과 붓’, ‘여우야 뭐하니?’ 등의 노래가 그러하고 나무노래도 많습니다. 우리들의 전래동요에는 우리의 민족성이 배어있을 뿐 아니라 교육적 활용가치가 훨씬 큽니다. 옛날 아이들은 어휘력과 창의력이 뛰어나서 나무를 보기만 해도 노래가 절로 만들어졌던 듯합니다. “가자가자 감나무, 오자오자 옻나무, 십리절반 오리나무, 따끔따끔 가시나무, 덜덜 떠는 사시나무 … ” 노래는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신명이 넘치고, 창의성이 풍부한 한국의 아이들은 외국아이들의 기질과 또 다른 성향이 있습니다. 외국의 것이 우리 아이들한테도 무조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한국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에 기여하고 아이들을 보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한국적 숲 활동 모형을 완성시켜 나가는데 많은 분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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