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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국인들 “송중기 신드롬과 도깨비 신드롬의 차이는”

  • 입력 2017.03.02 00:00
  • 수정 2017.03.10 10:55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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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한류가 한창이다. 송중기 신드롬이 잠잠해 지기도 전에 다시 도깨비 신드롬이 불어 닥쳤다.

같은 신드롬이긴 하지만 내용은 다른 느낌이 든다. 예전의 한류는 다소 외모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었다. 소위 잘생긴 배우를 중심으로 인기 폭풍이 일었다.

도깨비는 인기의 요소가 확장된 느낌이다. 남녀 주인공뿐 아니라, 조연들은 물론이고 세트, 드라마 속 대사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모두 흥행의 요소가 되고 있다. 중국 팬들도 시청자 수준을 넘어 (드라마) 분석가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세세하게 파고드는 분위기다.

중국 대학의 제자들과 함께 한국 드라마와 관련된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중국어 자막 없이 한국 드라마를 본다. 물론 그들이 한국 드라마만 보는 건 아니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드라마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아시아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드라마와 영화를 접한다. 그럼에도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단연 도드라진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나름대로 취재를 해봤다.

“연기를 잘해요!”

그들이 첫손에 꼽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력이었다. 두 번째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 그리고 다양한 볼거리가 뒤를 이었다.

도깨비는 다른 한국 드라마와 비교할 때 그 세 가지를 ‘탁월하게’ 갖추고 있다고 했다. 이를테면, 도깨비를 처음 봤을 때 남녀 주인공이 그다지 꽃미남이나 절세미녀가 아니어서 실망했는데, 보면 볼수록 빠져 들더라고 했다. 세심한 연기력 덕분이라는 거였다. 공유의 섬세한 연기는 ‘부산행’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김고은은 “뜻밖의 수확”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사와 대사 사이를 이어주는 표정과 동작들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했다. 짧은 장면 속에 다양한 표정과 목소리 색깔로 감정과 대사를 전달하는 연기력이 너무도 놀랍고, 그 모습에 빠져 숨을 멈추고 지켜봤을 정도라고 칭찬했다. 그들은 우리만큼 우리 배우의 연기에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한국 배우들은 연기가 너무 섬세해요. 그들이 표현하는 감정과 대사에 빠져들 수밖에 없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조금 엉뚱한 생각을 했다. 그 세밀한 연기가 어쩌면 우리말과 글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만든 이유를 ‘나랏 말싸미 듕귁에 달아’라고 했다. 어떻게 다른지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한글을 만든 후 처음으로 만든 책이 논리적인 철학서가 아닌 감정과 정서를 담은 가사집들(‘월인천강지곡’, ‘용비어천가’)인 걸 보면, 감정과 정서를 담아 표현하는데 있어서 중국 말과 글이 덜 세밀하고 미묘하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퇴계 이황은 중국의 책을 한글로 꼼꼼하게 번역해 우리만의 철학적 사조를 형성시켰다. 선생은 한자로는 ‘없음’ 혹은 ‘없다’쯤으로 단순하게 해석된 부분을 ‘없음이니라’, ‘없게 할지니라’, ‘없게 함이라’ 는 등으로 세밀하게 구분해서 썼다고 한다. 우리말과 글이 원래 그렇게 세심한 것이다.

요컨대,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할 정도로 예리하고 세밀한 표현들과 이를 온전히 담아서 전달하는 한글이 우리 노래와 드라마를 비롯한 다양한 창작물들을 더 아름답고 훌륭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이를 발견한 세종대왕의 안목이 놀랍고, 우리를 더욱 우리답게 만들어주는 한글이 새삼 고맙다. 한글과 한국어가 존재하고, 이를 소중히 여기며 갈고 닦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도깨비가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 홍본영 뮤지컬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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