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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도 로봇이 청소한다

  • 입력 2017.02.09 00:00
  • 수정 2017.02.22 10:52
  • 기자명 김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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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기업 알에프, 유리청소로봇 출시

이순복 대표 “전 세계 유리창에 대구 유리청소로봇 가동 꿈”

▲ 이순복 ㈜알에프 대표가 8일 대구 엑스코 ‘기업애로해결 박람회’에서 우수 중소기업으로 참가, 유리청소로봇 작동법을 설명하고 있다.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 이순복 알에프 대표가 8일 대구 엑스코 ‘기업애로해결 박람회’에서 우수 중소기업으로 참가, 유리청소로봇 작동법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대구서 만든 유리청소로봇이 전 세계 유리창을 닦을 겁니다.” 8, 9일 열린 대구 엑스코 ‘대구 기업애로해결 박람회’에 대구 북구 ㈜알에프가 만든 ‘유리청소로봇’이 등장했다.

이순복(56) 대표는 “대구 중소기업이 만든 유리청소로봇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아 수출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리청소로봇은 지난해 여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미국과 일본, 중동의 바이어 사이에서 ‘콜럼버스의 달걀’로 불릴 정도였다. 두 개의 타원형 청소기가 유리창 안팎에서 마주 보며 자력으로 붙어 움직이면서 유리창을 청소하는 제품이다. 지름 23㎝인 청소기 스스로 유리창 면적을 파악, 청소한 후 배터리가 10% 이하면 출발 자리로 복귀하는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됐다.

학창시절 별명이 ‘4차원’이었다는 이 대표는 “엉뚱한 시각과 아이디어가 알에프를 창업하게 됐다”며 “삼성 휴대폰처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유리창 청소기로 만들겠다”고 피력했다.

유리청소로봇은 그의 ‘튀는’ 시각에서 출발했다. 2013년 독일의 한 생활용품 전시회에서 ‘건물 외부 유리창을 닦는 무선로봇 청소기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모한 짓, 시장성이 없다’는 주위 만류에도 불구하고 개발에 착수했다.

5명의 기술자와 의기투합해 외국 청소기를 분해하고 조립하며 혼자 도면을 그리고 또 그리기를 1년여 만에 건물 외벽과 안쪽을 동시에 닦는 청소기를 만들었다. 2015년 일본 시장에 먼저 선보였고 지난해 일본에서만 1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능은 높이고 작동법은 단순하게 만든 것이 주효했다. 건물 외부가 통유리로 된 건물도 청소할 수 있는 신제품도 출시하자 중동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랍의 한 왕족은 “두바이 100층짜리 유리 건물에 이 로봇을 투입하겠다”며 “이제 더 이상 고층건물청소를 하다 인명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에 출품했고, 지난달 미국가전협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가정용품과 기술혁신 부문 상을 대구지역 기업으론 유일하게 수상했다.

그가 무모할 수도 있는 도전을 회피하지 않는 계기가 있었다. 1990년대 초반 일본 유학 시절 가라오케가 유행했다. 이를 한국에 도입하려고 했으나 주변 반응은 차가웠다. “한국 사람은 닭장 안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귀국 후 무역회사를 차렸을 때 전국적으로 노래방 붐이 일었다. ‘아차’했지만 남 탓을 할 수는 없었다.

그 후 이 대표는 외국시장 벤치마킹에는 발 벗고 나섰다. 일본의 한 속옷회사가 브래지어 밑에 철제 와이어를 넣어 가슴 보정을 하는 것을 보고는 국내 유명 속옷회사에 기능성 브래지어 제작을 제안,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최근 “유리청소로봇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소리에 대해 “고용창출의 기회를 빼앗기보다 위험한 일을 대신 수행, 사회공헌할 수 있는 로봇을 대구기업이 만들었다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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