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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5.8지진 5개월... 현장 르뽀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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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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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진앙지 현장 르뽀

겉으론 대부분 복구완료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부지리 주민들

‘전통기와 의무’큰 피해 한옥마을

현실적 정부 보상대책 마련 절실

   
▲ 부지2리 박종헌 이장이 지진 피해가옥 담벼락을 가리키고 있다

글 싣는 순서

<1> 진앙지 현장 르뽀

<2> 지진 대비책, 어떻게 돼 가나

<3> 전문가 제언 지난해 9월12일 경북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엔 오후 7시44분32초 리히터규모 5.1의 전진에 이어 48분 뒤인 오후 8시32분54초 규모 5.8의 강진이 밀어닥쳤다.

1978년 우리나라가 지진 계기관측을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였다. 집에 금이 가고 담벼락이 무너지는가 하면 황남동 한옥마을의 기와지붕이 대거 피해를 입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진열장 상품이 와르르 쏟아졌고, 쇼윈도가 박살이 났다. 첨성대와 석가탑 등 문화재도 재난을 피해가지 못했다. 약 50명이 부상했고, 67억여 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경주 지진 5개월을 맞아 복구 실태와 대비책 마련 등을 점검한다.

지진 발생 약 5개월이 다 된 이달 초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 응급복구는 대충 마무리가 됐지만, 아직 일부 갈라진 담벼락과 주택의 금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생전 처음 겪은 그날의 공포를 잊지 못해 일부 주민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사상 최악의 지진 진앙지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에 비해 보상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입을 모았다. 그대로 살 수 없어 빚을 내서라도 집수리에 나서고 싶지만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여진 때문에 비가 새지 않는 한 손을 놓은 집이 상당수다. 마을 어귀 박소천(82)할머니의 집은 그 당시 지진으로 폭격을 맞은 듯 담벼락 일부가 무너진 채 방치돼 있었다.

주민들은 지진 때문에 기피대상이 되면서 부동산 거래마저 중단된 것이 더 큰 타격이라고 주장했다. 부지2리 이장 박종헌(60)씨는 “우리 마을은 울산 등 대도시에서 가깝고 3.3㎡당 20만~30만 원의 비교적 싼 땅값 때문에 전원주택지로 인기가 높았다”며 “지진 전만 해도 아는 사람 들을 통해 경주시내와 울산, 창원 등지에서 하루 10건 가량 문의가 있었지만 이후로는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경주시 건천읍 광명리에서 이 마을을 거쳐 외동읍까지 연결되는 왕복4차로의 우회도로가 올해 개통 예정이어서 부동산업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곳이다.

이장 박씨는 “당시 도지사가 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함께 숙박체험을 하는 등 많은 관심을 기울였지만 정작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며 “겉으론 평온해 보여도 마음 속은 아직도 지진과의 전쟁 중”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경주시 황남동 한옥마을은 가장 큰 지진피해지역이다. 3,300여 동의 기와집 중 경미한 피해까지 더해 3분의 1 가량인 1,000여 동이 피해를 보았다.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정돼 지붕은 반드시 전통기와를 얹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대부분 복구를 마쳤지만, 예전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엄청난 복구비용에 비해 정부지원은 쥐꼬리만큼에 불과한 탓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82.5㎡ 정도 되는 지붕에 전통기와를 올리면 2,000만~3,000만 원은 기본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은 가구당 100만원 가량이 고작이다. 결국 주민들은 또다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지진에 대한 공포와 돈 때문에 미관상 보기에 좋지 않지만 가볍고 저렴한 함석기와를 올리고 있다. 함석기와는 여름에 그 열기가 그대로 전달되지만 전통 골기와에 비해 가격이 4분의 1정도면 충분하다.

김성일(53ㆍ황남동)씨는 “이 마을은 전주 한옥마을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인데, 돈 때문에 함석기와를 올린다니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며 “정부가 법으로 보기에는 좋지만 비싸고 지진에 취약한 전통기와를 올리도록 한 만큼 이에 따른 대책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정밀진단 결과 안전에 이상이 없다며 월성원전 1~3호기에 대해 지난해 12월5일 재가동을 승인했다. 경주 지진이 미친 영향은 설계기준의 20%에 불과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경주 5.8지진 후 3일 오전 현재까지 총 578회의 여진이 일어났다. 규모 4.0~5.0 1회, 3.0~4.0 20회, 1.5~3.0이 557회다.

김성우(53ㆍ현곡면)씨는 “잊을만하면 여진이 일어나니 불안해 못살겠다”며 “원전주변 단층에 대해 보다 정확하고 투명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전 관계자는 “향후 원전시설별 내진성능을 정밀 재평가하고, 설계기준을 넘는 지진이 발생할 것에 대비한 방재대책, 주민보호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재점검 할 계획”이라며 “이번 지진발생지역에 대한 정밀지질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설계지진적합성 평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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