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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임당 속 금강산도는 내 작품… 수묵화 모던한 매력 느끼길”

  • 입력 2017.02.01 00:00
  • 수정 2017.02.02 14:12
  • 기자명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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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외길 무명화가 장병언씨

극 중 ‘금강산도’ 진ㆍ위작 그려

“수묵화 고리타분하지 않아

표현 영역ㆍ색감이 무궁무진”

▲ TV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금강산도’ 등 수묵화 작품을 그린 장병언(36) 화가. 직접 그린 위작 ‘금강산도’ 앞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드라마를 통해 수묵화의 매력을 알릴 수 있어 기쁩니다.” 배우 이영애가 지난달 26일 TV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를 통해 13년 만에 복귀했다.

여자로, 예술가로 시대의 한계를 극복한 사임당을 그린 이 드라마는 첫 회 방송부터 조선 초기 화가 안견의 ‘금강산도’ 얘기로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견인차 역할을 하는 ‘금강산도’는 화풍 덕에 안견의 진품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그의 작품은 1447년 작 ‘몽유도원도’뿐이다. 드라마속 ‘금강산도’는 대구 출신의 무명 화가 장병언(36)씨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2015년 초여름 드라마 제작팀에 합류한 장씨는 동양화 공부에 밤잠을 설쳤다. “제작팀이 ‘안견 풍의 그림을 직접 그려 달라’고 주문해 ‘몽유도원도’를 다시 펼쳤고, 그의 화풍에 영향을 준 중국 북송의 화가 곽희의 작품까지 연구했다”는 그는 수묵화의 구도부터 시작, 곽희 그림에서는 나무를, 안견 그림에서는 나무와 바위를 따 오는 등 작품 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여기다 종이에 물을 덧칠해 고화의 느낌을 배가시켰다. 허구를 진짜로 만들기 위해 꼬박 두 달을 매달려 극 중 금강산도 진본(1,400×500㎝)과 위작(1,200×500㎝) 두 작품을 탄생시켰다. 드라마 속에는 장씨가 개인전에 전시했던 작품들이 대거 등장한다. 송승헌(이겸 역)의 손 대역을 맡기도 한 그는 극중 기생들 몸에도 산수화를 그렸다. 드라마를 본 장모가 “자네, 기생 몸에 그림 그릴 때 기분이 어땠나”고 물어 진땀을 빼기도 했단다.

▲ 장병언 화가가 안견 풍으로 직접 그린 ‘금강산도’를 살펴보고 있다. 드라마에서 '금강산도'는 진본(위쪽)과 위작 2종이 나온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드라마 활동이 계속된 1년여 동안 평소 민생고 해결을 위한 민화 수업과 벽화, 삽화, 일러스트 주문 등 외주작업이 끊겨 힘들기는 했다. 하지만 드라마 방영으로 수묵화의 깊은 멋을 알릴 수 있어 흐뭇하기만 하다.

“수묵화를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먹이 번지면서 보여 주는 표현의 영역이 무궁무진한 데다 색깔도 흰색, 검은색 등 현대 감각에 맞는 모던함을 갖고 있다”는 장씨는 “고전의 보물창고인 수묵화는 충분히 현대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넘게 붓을 잡았지만 2014년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단 한 차례 개인전을 연 무명 작가다. 전시회에서는 곽희의 조춘도, 안견의 몽유도원도 등을 모사한 ‘遊(유)조춘도’ ‘遊몽유도원도’ 등을 선보였다. 그는 “농담 삼아 ‘무명하기로 유명하다’고 스스로 소개하고 다녔는데 드라마를 통해 고전을 바탕으로 새 작품을 만들 수 있어 설렜다”고 말했다.

수묵화를 전공한 그는 속칭 화단에서도 ‘희귀 인력’에 속한다. 열일곱 살에 예고에 진학, 대학까지 수묵화를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무작정 소산 박대성 화백을 찾아가 제자가 됐다. 선생의 지도 아래 중국 청나라 초기 그림집인 ‘개자원화보’ 등 고전 걸작을 모사하며 기본기를 새로 다졌다.

소산 선생이 젊은 나이에도 20여년간 수묵화 외길을 걷고 있는 그를 윤범모 미술평론가에게 추천한 것이 드라마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다음달 대구 동구 신천동에 자신의 작업실을 연다.

“그동안 고전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업을 했다면 앞으로 제 목소리를 담아 대중과 호흡하고 싶다”는 장씨는 “수묵화와 산수화 등 다양한 작품 활동으로 먹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 장병언 작가가 그린 금강산도 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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