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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픔을 함께 기억하는 것,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

  • 입력 2017.01.31 00:00
  • 수정 2017.02.01 10:22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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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섬유회관 맞은편 건물 4층’. 대구에 사는 사람이라면 이렇게만 말하면 다 안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승강기 없는 건물이다.

우리 사무실의 가장 큰 장점이 테라스 텃밭이 있다는 거다. 텃밭에서 간단한 채소들을 재배해서 먹는다. 그 때문에 사무실에서 가끔 음식을 한다. 그럴 때 마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장을 본다. 맞다. 화재가 난 바로 그 시장이다. 우리 사무실에서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다.

화재가 있던 그날, 사무실에서 보이던 회색연기를 잊을 수 없다. 살면서 그렇게 큰 연기를 처음 봤었다. 화재가 난 4지구는 포목점이 많던 곳이다. 우리 연주팀이 한복을 하던 단골집도 이번 화재로 피해를 입었다. 사실 대구와 인근지방에서 한복을 입고 연주하는 연주팀의 모든 단골집이 피해를 입었다.

이번 화재 전에 서문시장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작년 6월 시작된 야시장 때문이다. 화재 전날까지 야시장은 문전성시를 이뤘고 화재 후 지금까지 잠정휴업상태이다. 야시장에서 유명한 것이 두 가지가 있었다. 음식과 공연. 음식은 인기 있는 것은 1시간이상을 줄서는 게 보통이었다. 나 또한 그 줄에 서곤 했다.

공연은 대구의 공연팀을 섭외하거나 신청을 받아서 진행했다. 한 팀이 1시간씩 공연을 했다. 소정의 사례를 받거나 버스킹 공연에서 하듯이 팁박스을 놓아두고 관객들이 자유롭게 돈을 넣을 수 있게 했다. 대구 공연팀들에겐 꽤 괜찮은 무대였다. 사람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화재 후 야시장이 잠정휴업을 하면서 공연도 휴업을 하게 됐다. 야시장의 상인도 공연팀도 모두들 화재피해상인의 아픔에 교감하며 기꺼이 잠정휴업에 동참하고 했다.

화재가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전 국민적인 모금운동이 일었다. 유명한 연예인이 유력한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서로 앞 다퉈 성금을 내고 있다. 하지만 모금운동이 일기 전에 서문시장에서 공연했던 공연팀들이 화재피해모금을 위한 자선공연을 기획했었다. 우리 연주팀에게도 연락이 와서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연을 이틀 정도 앞두고 조심스레 연기되었다. 연기된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고, 그마저도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대구 공연팀들이 좋은 마음을 가지고 공연을 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기록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공연팀이 아픔을 공감하는 표현방법은 그들이 가장 잘하는 연주일 수밖에 없다. 그 연주를 가지고 자신들에게 무대를 만들어 주었던 사람들에게 그 누구보다 먼저 위로가 되어주고 싶었다는 걸 알게 하고, 기억하게 하고 싶다.

세월호 이후 우리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알게 됐다. 그렇게 잊지 않고 기억하게 하는데 문화와 예술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도. 어쩌면 내가 살고 있는 대구에서 일어난 서문시장의 화재도 이 시대의 또 다른 세월호 사건일 수 있다. 유독 대구에서 자주 일어나는 대형사건 사고들 이제는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유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못된 것들을 찾아내 바꿔야 한다. 그 변화의 시작에는 대구의 문화예술팀들이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당장엔 대구서문시장이 우릴 필요로 하면 그 분들을 위해 흔쾌히 무대에 설 것이다. 그러니 기억해 달라. 가까운 곳에 연주로, 예술로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할 동지가 있음을!

▲ 송힘 월드뮤직앙상블 ‘비아트리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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