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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유명상 대구한국일보 대표

2017년이 희망과 행복의 새해인 이유

  • 입력 2017.01.06 00:00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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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겠소 태양만 비친다면
밤과 하늘과 바람 안에서
비와 천둥의 소리 이겨 춤을 추겠네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 테야
...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
- 양희은, <행복의 나라로>

삶이 하나의 여행이라면, 목적지는 누구나 ‘행복’일 것입니다. 누구나 행복하기를 꿈꿉니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그 언젠가 행복한 날이 올 것이라고 희망할 수만 있어도 힘든 마음이 사라집니다.

궁금증이 해소될수록 답답해지는 이상한 현실
2017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소원은 여러 가지겠지만, 그 모든 대답을 다 포함하는 카테고리를 만들라고 한다면 그건 아마도 ‘행복’일 것입니다. 우리는 행복하려고 태어났고, 행복하기 위하여 살아가고, 행복을 기다리며 불행을 기꺼이 참아냅니다.
지난 몇 달을 돌이켜 보면 우리는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나라 안팎에서 일어난 뜻밖의 일들에 정신이 어질어질할 지경이었고, 분노, 당황, 곤혹 따위의 말들이 우리 마음의 달력에 그득했습니다.
우리를 가장 당황스럽게 한 것은 권력의 이면에 숨어 들어 사익(私益)을 추구하던 이들이었습니다. 궁금증이 풀리면 풀릴수록 오히려 더 답답해지는 뉴스의 연속이었습니다. 분노가 들끓었습니다. 그중에서 사람들을 가장 화나게 한 것은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고 공교육 시스템에까지 검은 손을 뻗쳤다는 사실입니다. 고3 학생들까지 술렁이게 만들었습니다. 학교와 학원, 독서실을 오가며 공부하는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하던 학부모들은 허탈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하는 노래가 마음에 맴돌았다는 부모도 만났습니다.
그들은 가졌고, 우리는 못 가졌습니다. 그들에겐 모든 것이 쉬웠고, 우리는 모든 것이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아등바등 노력했지만, 그들의 아이들은 그런 우리들을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다 가져간 그들이 행복했을까요?

그들은 도저히 맛볼 수 없을 정서적 체험
그들과 관련해 이해할 수 없는 사실들이 너무 많습니다. 드러난 사실을 놓고 보면, 그들은 돈이든 권력이든 남 부러울 것이 없었지만 늘 초조하고 불안해했습니다. 약물에 의존했다는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일상에서의 모습, 특히 주고받은 대화 속에는 행복은커녕, 행복의 그림자도 묻어나지 않습니다. 그저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언제나 불만족스러운 족속에 불과했습니다.
그들을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가진 행복을 발견합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보람이나 가족, 친구, 동료들과 나누는 정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삶의 행복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지난 몇 달간 우리는 그들의 우월감에 맞서 공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세부적인 사항에서는 의견의 차이가 있었지만 지금의 현실을 바꾸고, 보다 진전된 사회를 만들고 싶어 하는 열망은 한결같았습니다. 월드컵처럼, 혹은 독도를 사랑하는 마음처럼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공감의 행복을 만끽했습니다. 힘들지만 분명 행복하고 황홀한 경험이었습니다. 공허한 우월감으로 가득한 이들은 도저히 맛볼 수 없는 정서적 체험이었습니다. 이 또한 그들이 모르는 우리만의 행복이었습니다.
2017년 ‘그래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은...
이 모든 상황이 끝난다 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건 없습니다. ‘특별한 가족’이 사라졌다고 해서 당장에 ‘금수저, 은수저’ 논쟁이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경기 회복, 취업률, 외교, 안보 등 어느 것 하나 호락호락한 것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지금은 지난 시간과 같지 않습니다. 아무 것도 안 된다는 절망을 쫓아냈고 행복의 진짜 얼굴을 보았습니다. 행복이 권력이나 돈으로 살 수 있는 ‘값싼’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매일 인사하는 평범한 이웃들, 동료들이 우리 행복의 중요한 원천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무엇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진심이 한데 모이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이 새삼스런 깨달음이 다사다난했던 2016년이 우리에게 건넨 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상이 마법처럼 바뀌지 않을지라도 조금씩 나아지리라는 희망, 행복이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생한 깨달음, 그 두 가지만으로도 우리는 확실하게 지난해보단 행복하고, 훨씬 더 희망적입니다.
2017년, 바야흐로 희망과 행복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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