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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교수의 유아 교육 이야기

내년농사를 준비하는 아이농부

  • 입력 2017.01.06 00:00
  • 수정 2017.01.09 17:02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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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화 수성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

끊임없이 기원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말이 맞나봅니다. 제가 컨설팅하는 한 어린이집 아이들이 차량으로 15분간이나 이동하면서까지 텃밭 활동을 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려서 어린이집 주변의 땅을 얻고자 두리번거리기를 일 년 반, 드디어 소원 성취를 하였습니다. 어린이집 바로 앞의 빈 땅을 주인께서 흔쾌히 내어주셨습니다. 저희의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임대료도 받지 않으신다니 얼마나 고마운지….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기뻤나봅니다. 아이들과 산책을 다녀오면서 매일 그 자리에 머물며 아이들에게 우리가 농사지을 땅이라고 자랑을 하더군요. 신통하게도 아이들은 선생님의 마음에 공감했나봅니다. 아이들은 그 땅 앞에서 머무르며 농부가 자신의 논밭을 바라보듯이 둘레둘레 살펴보곤 하였습니다. 이제는 제가 가르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행동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저로서는 무척 흐뭇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에는 제가 감복을 하였습니다. 홈페이지 정리를 하면서 아이들의 활동사진을 살펴보고 있는데, 집의 나이로 겨우 네 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이 빈 땅에 들어가 돌을 바구니에 담아 치우고 있는 사진을 발견하였습니다. 어느 날에는 우리 땅에 트랙터가 와서 땅을 갈고 엎더니 어느 날에는 덤프트럭이 와서 흙을 몇 번이나 들이 붓는 모습을 다 보았다는 거지요. 기계가 왔다갔다 거리며 자기들의 땅에 작업을 하니, 자기들도 뭔가 해야겠다는 거지요. 그래서 돌이나마 주워서 치웠다는 겁니다.
둘러앉아서 몇몇 아이들에게 내년 농사에 대하여 물어보았습니다. 다섯 살 친구들과 여섯 살 친구들은 나름대로 정확하게 자신들의 농사 계획을 이야기하였지만, 네 살 친구들은 역시 내년 농사에 대하여 들떠 있으면서도 구체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농사를 지으려면 이 겨울에 무언가는 준비해야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많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저는 내년 교육에 대해서는 느긋한 긍정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미리 예견하고 내년을 기대하면서 준비할 줄 아는 아이들로 자란다면 더 이상 바랄 바가 없다싶습니다. 이제는 이 아이들의 요구를 충족할 만큼의 충분한 환경과 자료와 매체를 제공해주고 피드백을 해주면 성공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 학년이 되어 각반의 담임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한해의 텃밭활동 프로그램을 짜겠지요. 각반 마다 주어지는 땅에 고랑과 이랑을 만들고 퇴비를 뿌려두고는 밭 이름을 멋있게 지어서 문패를 만들어 달겠지요. 야채만 키우는 텃밭은 별 모양도 없고 별 재미도 없겠지요. 텃밭에 드문드문 꽃이 있으면 여유롭게 보여서 더욱 멋스럽겠지요. 포토 존이 될 만한 널찍한 땅에 메밀꽃 씨를 뿌릴 수도 있고, 바이오 꽃씨운동을 하시는 정홍규 신부님으로부터 얻은 유채꽃 씨와 해바라기 씨를 뿌릴 수도 있겠지요. 또 텃밭 일을 하다가 심심풀이로 따먹을 수 있는 블루베리 나무라도 하나 심을 수도 있겠지요. 상추라도 수확하면 널러두고 다듬을 만한 살평상도 하나 있으면 좋겠지요. 농기구를 넣어둘 작은 고방도 하나 있으면 더욱 좋겠고요.
텃밭활동의 목적은 수확의 결과물이 아니라고 봅니다. 농사지을 땅을 만들고 씨 뿌리고 기다리다가 싹이 올라오면 감동스러운 반가움을 겪게 되고, 과학적으로 요모조모를 따지면서 정성들여 키우다가 수확을 하게 되면 요리활동까지 연결되고, 음식을 만들게 되면 서로 나누어 먹거나 다른 사람에게 대접하면서 배려와 나눔을 경험하게 되는 겁니다. 한가지의 생명을 기르고 거둘 때까지의 긴 시간동안 다양한 경험과 재미를 몸과 마음과 정신으로 겪는 가운데 아이들은 어느덧 쑥쑥 자라나 있게 될 겁니다. 우리의 미래에 대한 기대는 이처럼 긴 안목을 가지고 길게 계획하고 오랜 시간을 두고 끈기 있게 활동하여 결과를 얻을 줄 아는 이 아이들에게 달려 있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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