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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남재일 영주시청 주무관

'영주의 역사' 현장서 사진 기록 34년

  • 입력 2017.01.06 00:00
  • 수정 2017.01.09 16:06
  • 기자명 이용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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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동안 그가 찍은 사진은 영주의 역사이다. 그 자신의 인생의 기록이기도 할 것이다. 영주시의 지도가 바뀌고 시장이 15번 바뀌는 동안 한 자리에서 모든 변화와 역사를 기록했다. 영주 역사의 기록자로서 그의 임무는 끝나지만 그의 사진은 영주의 역사와 함께 오래 남을 것이다.”
경북 영주시청 홍보전산실 직원들은 남재일(60) 주무관의 퇴직을 며칠 앞두고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힘을 가진 것이 한 장의 사진이다. 남 주무관은 영주에 관한 한 가장 많은 사진을 찍어 온 사람이다. 영주군이 시로 승격한 1980년 7월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가 사진기를 잡기 시작한 것은 1982년 2월. 문화공보실로 전보발령을 받고부터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36년의 공직생활 중 34년 동안 사진으로 영주를 기록하는 일을 묵묵히 수행했다.
남 주무관은 “힘이 있는 사진이란 그리 쉽게 찍히는 것이 아니다. 사진은 오랜 시간 동안의 기다림, 그리고 애정을 담아 지나가는 찰나를 기록하는 작업”이라며 사진사로서 철학의 일단을 밝혔다.
그는 시나 지역 기관단체가 주최하는 행사나 언론의 취재협조 요청은 물론 새 도로가 뚫릴 때를 놓치거나 마다하지 않았다. 수해가 시가지를 덮쳤을 때도 가장 먼저 카메라를 메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힘 있는 사진을 남기기 위해 영주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역사의 현장을 오롯이 지켜왔다.
약관의 나이에 영주시에 발을 들여놓은 청년은 그렇게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영주시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를 만나고 영주의 풍경과 축제, 각종 행사장을 바삐 누비다 어느새 정년이 되어 이달 29일을 마지막으로 영주시를 떠나게 됐다.
그는 “영주시 관내에서는 안 가본 데가 없고, 안 찍은 행사가 없다. 지금까지 찍은 사진이 어림잡아도 100만 장은 족히 될 것”이라고 회상했다.
지금은 어느 행사에서도 능숙하게 포지션을 찾는 그이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손에 익숙하지 않은 사진기를 들고 몇 개월 간 사용법을 익혀가며 사진을 찍으러 다녀야 했기에 어려움도 많았다.
곁에서 그를 지켜 본 직원들은 “바쁜 일정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불평 한 번 하지 않고 영주시의 모든 행사와 축제, 보도사진을 촬영해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혼자서 도맡아 했다”고 입을 모은다.

▲ 남재일 주무관이 사진담당으로 발령받아 처음으로 찍은 사진.(1983년 역주역 광장)

그는 “영주시 전체의 촬영업무를 혼자서 감당해야 했기 때문에 주말 할 것 없이 밀려드는 각종 행사에 가족과 마음 편히 휴가 한 번 다녀오지 못했다. 특히 하나뿐인 아들이 자라는 모습도 곁에서 마음껏 지켜볼 수 없었던 건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회한에 젖기도 했다.
몸을 사리는 법이 없고, 요령을 피지 않는 부지런한 성격으로 지난 2013년에는 영주시민 건강걷기 대회를 촬영하다 둑에서 미끄러져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사진 업무에 공백을 둘 수 없었던 그는 걸음걸이가 불편한 상황에서도 현장에 나서곤 했다.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그의 사진에도 담겨 있지만, 업무 추진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각종 행사나 사업 현장에서 시민의 사진을 찍게 되었을 경우 연락처를 받아 사진으로 현상해 보내는 일도 그가 항상 잊지 않고 해온 일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행사장에서 그를 만난 사람들은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는 공무원, 항상 웃으며 사람들을 대하는 공무원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꽃놀이 단풍놀이로 한창인 봄 가을에 특히 행사가 많아 좋은 계절을 일하느라 다 보내곤 했다. 그래도 소백산은 계절별로 수백 번은 족히 올랐을 것”이라며 소백산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내비쳤다.
그간의 관록이 쌓여 이제는 영주시의 연간 행사 스케줄은 물론, 주요 프로그램의 동선까지 완벽히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베테랑이다. 그간 시청 내에서 개최되는 각종 회의와 행사 때 그의 도움을 받은 직원들이 부지기수다.
그는 퇴임을 불과 보름가량 앞둔 요즘도 촬영에 나서는 것은 물론 외부 행사가 없는 시간에는 방송 관련 시설과 각종 장비를 관리하느라 분주하다. 공직 생활을 마감하는 마지막 시간까지도 동료 직원들을 챙기는 그의 모습에서 떠나보내는 이들의 마음은 더욱 아쉽다.
그는 “출근하지 않는 일상이 아직 실감나지는 않지만, 이제 평범한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겠다”며 퇴직에 대한 심경을 담담하게 밝혔다.

이용호 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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